탈원전 '덜컥 선언' 4년, 지금이라도 되돌려야 한다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6-24 14:09
수정 2021-06-24 14:11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지난 19일로 4주년을 맞았다. 탈원전은 '신규 원전은 더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은 연장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후 불과 40여일 밖에 안 지난 2017년 6월19일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덜컥 탈원전'을 선언했다.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의 일이었다. 그 덜컥 선언 한마디에 신한울 3·4호기는 착공 직전 사업 추진이 보류됐고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도 백지화됐다. 멀쩡했던 월성 1호기는 2019년 말 영구 폐쇄됐다.

'덜컥 선언'이라 부르는 것은 정책이 근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방사능 물질이 위험하다'는 단순 논리로 무장한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에 동조한 2017년 대통령선거 공약이 근거의 전부다. 공약은 이후 적법하고 적절한 절차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후 전문가 의견 수렴이나 최소한의 국민동의 절차도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근거가 없다 보니 오죽하면 B급 공상오락영화 '판도라'가 보여준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근거라는 말이 회자될 지경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여론은 탈원전 재고와 원전 활용이다. 9개 시민단체(사실과과학네트웍,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사실과과학환경행동, 원자력국민연대,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 에너지과학도시군산사랑모임, 인촌사랑방,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에너지흥사단)는 최근 3년간 9차례 여론조사에서 국민 3분의 2가 탈원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 비중 유지·확대 선호가 축소의 2배 이상 일관되게 높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여론조사를 반박할만한 반대 여론조사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또 환경전문가를 제외한 전문가집단에서 탈원전을 찬성한다는 신뢰할만한 조사결과도 없다.

덜컥 탈원전 선언 당시 문 대통령은 외국의 탈원전 추세를 강조했다.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를 선언한 것을 예로 들며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서구 선전구들이 빠르게 운전을 줄이며 탈핵을 선언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추세에 뒤떨어져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해외 흐름도 원전 활용으로 뚜렷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16기의 원전을 조기 폐쇄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2019년에는 오히려 3개의 '원전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발굴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뒤에는 SMR을 “미래 전력망의 수호자”라 부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일본 캐나다 러시아 중국 등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신형 원전 및 관련 설비를 건설중이다. 선진국가권에서는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원전의 사고위험도 극히 과정된 것임이 드러났다. 원전은 사고 확률이 매우 낮고 혹시 나더라도 피해가 격납 용기 밖으로 확산하지 않는다. 경제성은 모든 발전 방식을 통털어 가장 우수하고, 이산화탄소는 커녕 미세 먼지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원자력 대안으로 정부가 밀어붙이는 신재생 에너지야말로 허상에 기초해 있다. 산림 훼본이 심각한 태양광은 기껏 20여년의 수명이 다하면 모두 쓰레기가 된다.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풍력발전기도 하나 지으려면 대략 사방 1㎞의 공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힘을 싣는 수소경제에도 원전 역할이 필수적이다. 원전 12기를 지을 수 있는 48조 원을 투자해 전남 신안에 짓는 해상 풍력 단지에서 나오는 전력을 전부 수소 경제에 올인해도 원전 하나 정도의 수소 생산량에 불과하다. 2050 탄소중립을 주장하면서 원전을 외면하는 것도 심각한 모순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수소를 생산하려면 원전이 최적의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1년, 욕식부리지 말고 잘못된 탈원전 정책이라도 되돌리고 끝내야 한다.

백광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