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산 항공기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안보와 자주국방 강화에 기여해 왔다. T-50 고등훈련기, FA-50 경공격기, KUH-1 수리온 기동헬기, RQ-101 송골매 군단급무인기 등은 KAI가 개발한 대표적 항공기다. KF-21 한국형전투기, LAH·LCH(소형무장·민수헬기) 등 대형 국책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KAI가 개발에 주력하는 무기 중 하나가 LAH(Light Armed Helicopter)다. 육군의 노후헬기 500MD, AH-1S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군의 요구 성능에 부합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국산 무장헬기 내년 말 시험 완료 예정KAI는 2015년 6월 LAH 개발에 착수해 2019년 7월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잠정 전투적합판정도 획득했다. 지난 4월 지상시험의 일부인 지상결박 내구성 시험 또한 무사히 마쳤다. LAH의 동력전달계통과 로터 구동계통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지상결박 내구성 시험은 항공기 기체를 지상에 동여맨 후 엔진가동을 최저치에서 최대치로 적용하면서 가혹한 하중을 부과해 항공기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시험비행에 착수하기 전 안전성 보장을 위한 검증 과정 중 하나다. KAI는 점진적으로 비행시험과 후속 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말께 LAH 체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력화되면 적의 기갑부대 제압, 공중강습부대 엄호, 위력수색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미래 육군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LAH의 각종 중요 시스템과 장비에 국내 독자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HMD(Helmet-mounted Display)는 조종사 헬멧에 필요한 정보를 투영해 띄워 상황인식 능력을 확장시키는 필수장비다. 하지만 그동안 전량 해외 장비에 의존해 왔다/HMD는 중요 정보가 헬멧 디스플레이에 보여 고개를 돌리더라도 표적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사격통제체계와 연동돼 조종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즉각 목표를 조준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수를 적군 방향으로 돌리지 않고 고개만 돌려 눈으로 적을 식별하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KAI는 LAH 개발 과정에서 HMD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선 조종사들의 피드백을 곁들여 개선하고 보완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무장·사격통제 시스템도 국산화LAH에 적용된 무장시스템과 사격통제시스템도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무장통합은 항공기와 무장의 원활한 신호전달을 통해 정상적으로 무장이 발사·투하될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술이다.
LAH에 장착되는 20㎜ 터렛형 기관총, 70㎜ 무유도로켓, 국산 공대지미사일 천검 등은 혹한기·혹서기 동안 실무장 발사 비행시험을 진행해 무장 능력을 점검하고 있다. 천검의 경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무장시스템 통합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안정성을 높였다. LAH 개발을 통해 확보한 무장통합 능력은 향후 다른 플랫폼에 적용해 국내 성능 개량과 추후 공격헬기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육군은 LAH에 유무인 복합운영체계(MUM-T:Manned-Unmanned Teaming) 기술을 적용, 임무 범위와 능력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MUM-T는 무인기와의 협업을 통해 저속 저고도에서 운용되는 헬기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세대 전술체계다. 촘촘하게 연결된 통신망을 기반으로 LAH와 무인기가 한 팀이 돼 움직인다. LAH가 적군이 매복해 있는 위협지역 상공을 직접 비행하거나, 지상군을 적지에 투입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무인기를 발사·통제해 성공적인 임무 달성이 가능하다.
일정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개발 중인 LAH는 단순히 육군의 노후 항공기를 대체하는 국산 항공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무장헬기는 자주국방 달성과 기술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뜻한다. 또 국가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미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항공산업이 도약했다는 의미도 있다.
KAI 관계자는 “미래 전장에 최적화된 LAH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한국군의 국방 인프라를 확대하고 첨단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국방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