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투자자가 과도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도록 발행 조건을 까다롭게 바꾸기로 했다. CB는 대출이나 유상증자가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이르면 다음달 시행한다. 개정안은 주가가 오르면 CB 전환가액(주식 전환 시 주당 가격)을 상향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 전환가액을 올릴 수도 있지만 낮을수록 차익이 커 올리는 경우는 없다. 개정안이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를 통과하면 전환가액을 낮춘 뒤 다시 주가가 오르면 의무적으로 최초 전환가의 70~100%로 재조정해야 한다.
금융위는 일부 CB 투자자가 악재성 루머를 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린 뒤 주식으로 전환해 이득을 보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기존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CB 투자자는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최대주주가 콜옵션(CB를 매수할 권리)을 행사해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악용 가능성 때문에 시세차익을 못 내게 규제하면 기업의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