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도쿄올림픽, 축제인가 도박인가

입력 2021-06-23 18:02
수정 2021-06-24 00:25
쿠베르탱 남작의 주도적 노력으로 1896년 부활한 근대 올림픽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청년들의 우의 증진과 세계 평화를 내세웠지만 나라 간 갈등과 다툼, 이념 대립 등으로 인해 파행이 잇달았다.

1916년 제6회 베를린올림픽은 1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고, 4년 후 헝가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7회 대회는 헝가리가 1차 대전에서 독일의 우방이었다는 이유로 개최권이 벨기에로 넘어갔다. 일본 도쿄와 영국 런던에서 열기로 했던 1940년과 1944년 올림픽 또한 2차 세계대전 때문에 취소됐다.

공산권에서 열린 최초의 대회였던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이 불참, 반쪽 대회로 전락했다. 4년 후 로스앤젤레스 대회 땐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 20여 개국이 불참해 위기를 맞았다. 1972년 뮌헨올림픽 땐 이스라엘 대표팀 전원이 테러에 희생됐고,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지카바이러스 창궐로 취소될 뻔했다. 도전받는 올림픽 정신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이 처한 위기도 역대급이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일본 내 백신 접종 속도는 더디고 하루 확진자는 여전히 1000명을 웃돈다. 인도발 델타 변이의 세계적인 확산도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재확산을 경고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개최 반대 여론도 압도적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2%가 취소를, 30%는 재연기를 주장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대회를 강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추산한 올림픽 개최 비용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154억달러(약 17조4700억원). 대회를 1년 연기한 데 따른 숙소와 경기장 시설 유지비 등 추가비용 28억달러를 포함한 금액이다. 추가비용은 올 들어 2억달러가 더 늘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개최를 포기하면 이 모든 투자가 허사가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방송중계권료 수입으로 전체 운영 예산의 70% 이상을 충당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가세해 올림픽 사상 가장 위험한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평화, 화합, 우의, 문화 교류 같은 올림픽 정신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스가 정부의 위험천만한 도박현재 예상되는 도쿄올림픽 풍경은 쓸쓸하고, 살벌하고, 삭막하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라지만 해외 관중이 없다. 일본 관중은 경기장 정원의 50%, 최대 1만 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개막식 관중만 2만 명까지 입장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박수 외에는 응원의 함성도 지를 수 없으니 하객 없는 결혼식처럼 쓸쓸할 수밖에 없다.

IOC와 대회조직위가 공개한 ‘플레이북(규정집)’에 따르면 선수들은 대회 기간에 선수촌과 훈련장, 경기장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관광지, 외부 식당에 갈 수 없고, 대중교통 이용도 금지된다. 각 종목의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잇달아 불참을 선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모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불참을 선언한 북한을 빼면 대부분 나라가 참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의 ‘올림픽 도박’에 참가하는 심정은 울며 겨자 먹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한국을 향해서는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등으로 도발을 그치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5년을 갈고 닦으며 올림픽을 기다려온 우리 선수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메달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다. 무사히 돌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