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22일 3만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4월 13일 역대 최고치인 6만5000달러 선에 근접한 이후 두 달여 만에 50% 넘게 급락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전면 금지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비트코인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포 심리에 휩싸인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지면서 2만달러 선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0시께 2만9840달러를 기록했다. 3만달러 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1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이틀 전만 해도 3만5000달러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16% 이상 급락했다. 이더리움(-21%)과 도지코인(-36%) 등 알트코인도 동반 폭락을 면치 못했다.
중국발(發) 악재가 이날 급락의 ‘트리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암호화폐 거래를 색출하라는 중국 인민은행의 지시에 따라 중국 대형 은행인 공상은행과 농업은행, 건설은행, 우정저축은행 등은 암호화폐 거래에 활용된 계좌가 발견되면 거래를 동결하고 계좌를 말소한 뒤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알리페이는 한 발 더 나아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의 전자결제서비스 이용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관련 사업자가 발견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동시에 알리페이를 통한 자금 수령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마지막 채굴장이 남아 있던 중국 쓰촨성에서도 정부 차원의 폐쇄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단순 ‘레토릭’ 수준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BDC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약 77%가 중국계 암호화폐거래소(후오비·바이낸스·OKEx)에서 이뤄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 조사에선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의 65%가 중국에서 채굴됐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중국은행업협회가 “금융회사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하자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30~40% 급락했다. 3일 뒤인 21일엔 류허 중국 부총리가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 행위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한다며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말하자 재차 폭락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도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22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공포·탐욕지수’는 8.63으로, 지난달 폭락장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가격 변동성과 하락폭이 커질수록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워진다. 이 지수는 전날 12.05까지 내려오면서 암호화폐 급락장이 연출된 지난달 19일(6.82)과 23일(4.9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장에 공포 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8일(79.37) 대비 1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가상자산 관리업체인 스위스쿼트 소속 분석가인 입펙 오즈카데스카야는 “3만달러 선에서 자동 매도 포지션으로 바뀌는 옵션이 많아 시장에서 투매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곧바로 2만달러까지 직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지는 데드크로스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데드크로스란 암호화폐 가격이나 주가가 기술적으로 장기 약세장으로 들어섰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