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포 감금 살인 피의자에 "살인죄보다 중한 '보복범죄' 적용"

입력 2021-06-21 16:13
수정 2021-06-21 16:20

서울 마포구에서 벌어진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20)·안모씨(20)에게 경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품 갈취와 고소 취하 등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협박, 감금, 강요 등의 범행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는 영리약취(이익을 위해 사람을 납치하는 범죄)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폭행)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A씨에게 수 차례 폭력 등 범행을 저질렀다. A씨가 고소하자 보복을 목적으로 지난 3월 말 대구에 살던 A씨를 서울로 올라오게 한 뒤 주거지에 감금했다. 이때부터 약 2개월간 가혹행위를 자행해 결국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수사결과발표에서 "피의자들이 지난 4월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피해자 A씨를 주거지에 감금하고 지속적인 폭행·상해·가혹행위 등으로 살해한 점이 인정돼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높은 특가법상 보복범죄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A씨 가족은 피의자 2명을 상해죄로 고소했다. 피의자들은 A씨에 앙심을 품고 그를 서울 오피스텔로 강제로 데려와 4월 1일부터는 사실상 감금 상태에 뒀다. 이 기간에 A씨는 항상 피의자와 동행하는 탓에 외부로 도움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서에서 수사가 진행됐지만 피의자들의 강압과 감시 하에 있던 A씨는 고소를 취하할 수 밖에 없었다. 영등포서는 지난달 27일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A씨로 하여금 허위의 고소 취소 의사를 밝히도록 한 혐의(공동강요)를 받는다. 이들은 A씨에게 고소 취하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경찰관에게 문자를 보내도록 강요했다. 그를 협박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다수의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물류센터 등에서 강제로 근무를 시켜 돈을 벌도록 지시하는 등 금품 갈취도 지속됐다.

이달 1일부터 사건이 발생한 지난 13일까지 A씨는 단 한번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A씨의 사인과 관련해 저체온증 및 영양실조로 추정된다는 전문가의 구두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기간 피의자들은 피해자를 결박하고 화장실에 방치하는 등 심각한 가혹행위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의자들이 살인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감금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했고 보복 목적이 인정돼 특가법으로 죄명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수차례 실종 신고와, 고소까지 진행됐던만큼 경찰이 CC(폐쇄회로)TV 수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A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의자 조사 후 대질심문 요구까지 약 3개월이 걸리는 등 수사진행이 늦어졌고, A씨가 고소 취하를 표하자 보강수사 없이 불송치하는 등 '부실수사' 논란도 제기됐다. 서울경찰청은 영등포서의 불송치 결정과 관련한 적절성 여부를 감찰중이다.

한편 경찰은 이들 범행해 가담한 공모자 B씨도 추가 입건했다. B씨는 공범은 아니지만 피의자 2명이 A씨를 서울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있다. 구속된 피의자 2명과 추가 입건된 B씨는 22일 오전 8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