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자녀 TV·폰 시청 무작정 막아선 안돼…좋은 콘텐츠 함께 골라야"

입력 2021-06-21 15:37
수정 2021-06-21 15:39

“TV,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미디어 콘텐츠는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무작정 막거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적극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오은영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아동심리 전문가인 오 원장은 부모들 사이에서 ‘국민 육아 멘토’로 손꼽힌다.

오 원장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쥐고 있으면 일단 싫어하고 못하게 한다”며 “이렇게 하면 자녀와 갈등만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기기들이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용법을 함께 배워야 한다는 게 오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한 아동과 부모가 갈등을 일으켰던 예를 들었다. “종이접기는 책을 보는 것보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배우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종이접기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어 유튜브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부모가 약속한 시간만큼 유튜브를 봤으니 더 안된다고 하면서 갈등이 생겼어요. 아이로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를 보겠다고 한 건데 부모는 무작정 안 된다고 한 거죠. 미디어 콘텐츠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기존의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오 원장은 TV나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콘텐츠를 교육적 콘텐츠와 오락용 콘텐츠로 구분할 것을 권장했다. 그는 “과거 책을 보고 동물의 세계를 공부했다면 지금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더 생생하게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며 “좋은 교육적 콘텐츠는 책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을 고르듯 부모가 콘텐츠를 함께 고르고 시청한 뒤에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락용 콘텐츠나 게임에 대해서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취급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즐기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며 “예전에 시간을 정해놓고 놀이터에서 놀았던 것처럼 게임도 부모가 모니터링하면서 스스로 그만둘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KT와 협업해 유아·아동 전용 IPTV 플랫폼 ‘올레tv 키즈랜드’에서 동화책 콘텐츠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원장은 “동화책을 부모가 읽어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며 “아이와 함께 미디어 콘텐츠를 보면서 대화한다면 좋은 상호작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V,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오 원장은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자식은 가르칠 대상이지 싸우거나 이길 대상이 아니다”며 “무작정 금지할 것이 아니란 사실을 부모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바른 스마트 기기 사용법을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TV를 무작정 보여주거나 스마트폰을 사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습관이 생기면 일상에서의 자기 조절도 배워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24개월 미만 유아 단계에선 미디어 콘텐츠를 접하게 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연령대의 아이는 부모의 말소리를 듣고 눈을 보고 표정 변화를 배워야 하는 단계”라며 “TV나 스마트폰을 볼 경우 대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