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심정지 예측…'의료AI' 경쟁 뜨겁다

입력 2021-06-21 15:23
수정 2021-06-21 15:24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까다로운 질병 진단부터 특정 질환에 걸릴 위험 예측까지 서비스 범위가 다양해졌다.

최근 의료 AI 기업 루닛은 코스닥시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A-AA’ 등급을 받았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두 가지 평가에서 모두 AA 등급을 받은 것인데, 헬스케어 기업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임한 루닛은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들어간다.

루닛은 암 진단을 위한 AI 의료기기를 개발한다. 폐암 등 폐 질환을 검출해내는 ‘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암 진단 보조 AI ‘루닛 인사이트 MMG’ 등 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해 단순 촬영 단계부터 AI 학습으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예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코스닥에 입성한 뷰노는 수요예측 단계부터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받은 곳이다. 지난 4월에는 식약처로부터 ‘국내 1호’ 혁신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W) 제조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뷰노는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심정지 알고리즘 관련 논문을 세계중환자의학회지(CCM)에 게재했다. 관련 제품인 ‘뷰노메드 딥카스’는 환자의 맥박과 호흡, 혈압 등 생체신호를 분석해 빠르면 30분, 늦어도 24시간 이내 심정지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국내 의료 AI 첫 상장업체로 불리는 JLK는 4월 AI 기반 전립선암 진단 SW ‘JPC-01K’의 식약처 허가를 받으며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2017년부터 서울아산병원의 환자 데이터로 학습을 거듭한 JLK의 AI 솔루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전립선암은 정상 조직과의 구분이 매우 어렵다. 모양과 크기 편차도 개인별로 상당하다. JLK는 딥러닝을 통한 데이터 표준화로 병변의 구분과 표시 기능을 강화했다. 영상 속 암의 위치를 자동 분석할 뿐만 아니라 암이 존재할 확률값까지 시각화해 전달한다. 이 SW는 중앙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시험을 마쳤다.

의료 AI 업체들이 두각을 보이는 이유는 국내 환자 데이터 관련 규제가 완화 추세에 있다는 점이 꼽힌다. 건강보험 등 공공의료 체계가 발달한 한국은 의료 빅데이터가 많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공공의료 데이터는 6조 건을 넘는다. 지난해부터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이 담긴 이른바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서 의료 AI 업체들이 제품 고도화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연평균 45% 성장해 2025년 약 2조44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박종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정책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2016년 IBM의 왓슨 AI가 처음 국내 병원에 도입됐을 때 백인들의 데이터를 학습한 왓슨이 제대로 진료를 보지 못하면서 한국인 고유의 데이터 반영 요구가 커졌다”며 “아직 초창기지만 개인정보 관련 규제 개편으로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통한 국내 의료 AI 기업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