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대화 참여를 촉구하는 동시에 “미국도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화 유인책을 내놓기보다 대화와 대결을 모두 강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같은 말로 대응한 것이다. 미·북 양국이 서로 대화의 공을 상대측에 떠넘기면서 양측 간 기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우리는 대화와 대결을 모두 언급한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주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이 지난 1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한 말을 그대로 받아친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로 평가한다”며 “우리와 어떤 방식으로든 더 직접적으로 대화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동시에 김정은의 발언을 주의깊게 봤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대표는 대결 상황에 미국도 준비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북한에 조속한 대화 참여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회동 제의에 대해 아직도 평양으로부터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화를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조만간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의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미는 외교와 대화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찾을 것이라는 강한 약속을 하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 정책에서 대화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 접근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을 겨냥해 적극적인 대북 제재 이행에 나서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내놨다. 김 대표는 이날 한·미 양자 협의에 이어 열린 한·미·일 3자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똑같이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대북 제재의 ‘구멍’이라는 의심을 받아온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 3국의 북핵수석대표가 회동한 이날 중국 인민일보와 북한 노동신문은 각각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와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쓴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협상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북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날 북한을 향해 대화 참여를 촉구하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유인책은 내놓지 않았다. 방한 기간 판문점을 방문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함구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 대표와 설리번 보좌관은 대화 제의와 관련해 북한에 확실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의 공은 북한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