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 의식 또 전기료 동결…한전 적자는 국민 부담 아닌가

입력 2021-06-21 17:51
수정 2021-06-22 07:09
정부와 한국전력이 2분기에 이어 3분기 전기요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유류 등 연료비 인상을 감안하면 2분기보다 ㎾h당 3원을 올려야 하는데, 손대지 않기로 한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정부가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월 200㎾h 이하)에 제공하던 요금 공제혜택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율도 25%(기존 50%)로 감축했던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포괄적인 전기요금 결정에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전기료 동결은 국제유가가 급등한 사정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다. 코로나 위기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국민 생활안전을 도모했다’는 정부 설명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 모두 어려운 시기에 전력사용이 많은 여름철 일반가정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전기료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5월 2.6%)을 자극할 위험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선거 때만 되면 여론을 의식한 정책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동결도 그런 맥락의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탈원전 정책 강행에 따른 한전의 손익 악화에도 크게 기인한다는 점이다. 원전과 석탄 발전을 줄이면서 발전원가가 더 높은 LNG 발전량은 현 정부 출범 이후 16.3% 증가했다. 이런 요인으로 2년 연속(2018년 -1조1744억원, 2019년 -2조263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한전이 이번 전기료 동결로 2분기에 다시 8770억원 적자를 낼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계속 이럴 거면 연료비 변동분을 요금에 반영한다는 ‘연료비 연동제’는 왜 도입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제 주가가 6.88% 급락한 한전 수익성 개선은 더 요원해졌다.

결국 정부가 눈에 보이는 전기료를 올리지만 않았을 뿐, 한전의 손실 확대에 따른 ‘대국민 청구서’는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건강·고용보험 등의 적자 확대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 공기업 수익 악화를 다른 기금을 헐어 보전하는 등 나쁜 선례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소 1조4000억원 이상인 탈원전 매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전력기금 사용처를 원전까지 확대하려고 관련 시행령을 뜯어고친 게 대표적인 예다.

전기료 동결 등에 따른 한전 적자는 결국 국민 부담이다.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재도입한 것인데, 제도 개선 의의가 사라지게 생겼다. 한전만 골병들게 만드는 이런 행태는 조삼모사이자 국민 기만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