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 고개 들자 與·野 대선판도 '출렁'

입력 2021-06-21 18:00
수정 2021-06-22 02:29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여야 잠룡들이 몸풀기에 나서면서 대권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여권에선 강성 친문(친문재인)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추 전 장관이 대권 레이스에 가세하자 이른바 ‘빅3’ 구도에 균열이 일고 있다. 야권 주자로 언급되는 최 원장과 김 전 부총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 논란’으로 주춤한 틈을 타 몸값이 치솟고 있다. 여야 모두 진영 내 1위 주자에 대한 견제 심리와 피로감이 있는 상황이라 다른 주자들의 추가 도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미애·박용진 여권 구도 흔들까2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범진보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은 6.0%로 이재명 경기지사(28.4%),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2.3%), 박용진 의원(7.4%)에 이어 4위를 기록(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고)했다. 박 의원과 추 전 장관이 이른바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 중 한 명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5.2%)를 제친 것이다. 정 전 총리가 5%대 벽을 넘지 못하는 사이 세대교체 바람을 탄 박 의원과 강성 지지층을 뒤에 업은 추 전 장관이 힘을 얻은 모양새다.

추 전 장관의 출마가 기존 여권 경쟁 구도를 흔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승용 정치평론가는 “친문 지지층을 결집하는 매개체가 돼 민주당 경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반작용으로 야권의 윤 전 총장만 띄워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주자인 이광재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우리 쪽에서 키워준 측면이 있다”며 “(추 전 장관의 출마에)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불출마를 시사했다. 임 전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때가 안 올 것 같으면 후배들을 위해 밭을 가는 게 아니겠냐”고 했다. 현재까지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민주당 인사는 ‘빅3’를 비롯해 추 전 장관, 박 의원, 이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김두관 의원 등 9명이다. ‘플랜B’ 부각되는 야권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중도 하차할 경우 등을 대비한 ‘플랜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은 최 원장이다. 윤 전 총장과 이미지가 겹쳐 ‘반문’의 상징이 윤 전 총장에서 최 원장으로 넘어가면 지지율이 순식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 지도부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권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인물”이라고 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환영의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도 최근 봉사 현장을 연이어 공개하는 등 대국민 접촉을 늘리고 있어 출마 선언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기존 대권 주자들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날 KSOI의 범보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37.5%)에 이어 홍 의원(9.1%), 유 전 의원(8.6%)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야권에서 눈여겨볼 주자로 거론된다. ‘DJ 적자’로 불리는 장성민 전 의원은 이날 “반문 전선의 빅텐트에 참여하는 결단을 내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시간이 됐다”며 대권 출마 의사를 밝혔다. 확산되는 윤석열 X파일 공방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X파일 논란이 향후 대권 레이스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을 정리했다는 X파일을 두고 여권은 검증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X파일 내용이 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대선에 나서고자 하는 모든 후보는 본인과 친인척까지 광범위하게 도덕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제 윤석열의 꽃길은 끝났다”고 공세를 폈다.

야권은 ‘윤석열 파일’을 최초 거론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향해 역공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김대업 시즌 2가 시작된 것 같다”며 “음습한 선거공작의 그림자”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내용 없이 회자되는 X파일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짜증만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