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급속 확산에 비상…WHO·美 "세계 지배종 될 것"

입력 2021-06-20 18:08
수정 2021-06-21 01:48

영국에서 백신 접종으로 주춤했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인도발 변이로 불리는 델타 바이러스가 퍼지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다른 유형보다 60% 정도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기준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환자는 1만321명이다. 지난 14일 이후 1만 명 안팎을 유지했다. 영국 내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 2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46%를 넘었다. 지난해 12월 8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던 영국 내 확진자는 백신 접종과 함께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1일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353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다시 늘고 있다.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따르면 영국에서 이뤄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사례의 85.6%를 델타 변이가 차지했다. 확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돼 우세종이 바뀌었다. 애덤 핀 브리스톨대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3차 유행은 분명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 영국에서 유독 델타 변이 감염자가 많이 확인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으로 BBC는 추정했다. 거꾸로 보면 다른 나라들은 그만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한 나라는 80개국이다. 싱가포르 러시아 포르투갈 등도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이 높다. 미국은 유전자 분석 사례의 9.9%가 델타 변이다.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이 변이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43~9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에 잘 진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중장년층보다 젊은 층이 감염될 위험이 2.5배 높았다. 델타 변이 감염자는 기침이나 후각 상실 등의 증상이 적게 나타났다. 두통, 콧물, 발열 등 감기 증상만 호소해 확진자 선별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보건당국은 19일 밤 700편이 넘은 항공편을 취소했다.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포르투갈은 수도인 리스본에 사는 시민 290만 명이 다른 지역에 못 가도록 이동제한 조치를 했다. 지난달 3월부터 불필요한 출국을 금지한 캐나다는 이 조치를 다음달 2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영국은 21일로 예정됐던 봉쇄 해제 조치를 다음달 19일까지 4주 연기했다.

델타 변이가 다른 바이러스를 누르고 지배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잇따랐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델타 변이 전파력이 높아 세계적 지배종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WHO는 이 변이의 전파력이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알파 변이보다 60%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 로셸 월런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델타 변이가 미국의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델타 변이가 6% 정도로 많지 않은 독일도 조만간 이 변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변이가 확산할수록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국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델타 변이 예방률은 88%, 아스트라제네카는 60%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