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 여주 방재시험연구원 종합화재시험동 테스트 현장. 실험 재료에서 불길이 치솟자 상공을 비행하던 LG유플러스의 임무형 드론 ‘U+스마트드론’이 정지비행 모드로 들어가는 등 곧바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화재를 실시간 포착한 것이다. 드론이 감지한 화재는 곧바로 인근 옥상에 마련된 임시 관제센터로 전송됐고, 센터에는 알림이 떴다.
정국희 LG유플러스 영상플랫폼개발팀 팀장은 “화재 발생 위치와 피해 대상 등 진화를 위해 필요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고 했다. 드론이 화재를 발견하고 이를 감별한 뒤 관제센터에 알림을 주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9초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U+스마트드론은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로 국가 공인인증기관인 방재시험연구원으로부터 화재 감지 기능을 검증받은 드론이다. 연기나 불씨가 발생한 초기 화재부터 폭발성 대형 화재까지 다양한 유형의 화재를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드론 본체에는 에지 컴퓨팅 기반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엔진과 열화상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정 팀장은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어디서든 드론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고, PC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드론이 촬영한 화재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U+스마트드론의 화재 감지 테스트에서 드론은 40m 높이 상공을 자율주행했다. 현장 요원에 따르면 이 드론은 총 거리 200m를 날아 약 1만3860㎡ 공간의 화재 여부를 살폈다. 연구원이 시연을 위해 임의로 일으킨 화재를 발견하자 드론이 원거리 AI 화재감지 시스템을 스스로 작동시켰다. 현장 요원에 따르면 화재감지 시스템은 짧은 시간 동안 고도로 정밀하게 작동한다. 기체에 달린 RGB(red·green·blue) 열화상 카메라가 첫 번째다. 객체 플리커링(불꽃 그을림) 판별 기술을 활용해 연기와 불꽃 등 화재 요소를 수집한다. 외관상 화재로 인식되면 2단계로 AI를 활용해 RGB 화재의 질적 검증에 들어간다. 영상 속 픽셀이 주변 대비 100도 이상 차이가 나는 색상을 띠는지 분석해 불이 진짜 화재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불이 화재라는 알고리즘 분석이 끝나면 드론은 곧바로 열화상 카메라로 실시간 온도 측정에 들어간다. 불이 아닌데 화재라고 착각했을 수 있어서다. 이날 실험에서 열화상 카메라는 이 불의 최대 추정 온도가 786도인 것으로 확인했다. 외관부터 온도까지 여지없는 화재로 확인된 것이다. 화재 정보는 관제센터에 곧바로 전달됐다. 실제 관제용 노트북 모니터에 화재 발생 시간과 온도 등 화재 정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통한 정확한 위치 주소 등이 나타났다.
U+스마트드론은 어떤 형태의 불길이든 99.99% 이상의 검출률을 보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간 산업 현장에선 화재를 파악하기 위해 폐쇄회로TV(CCTV) 등 주로 영상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 화재 자체를 탐지하지 못하는 것(미탐지)은 물론 화재로 오인하는(오탐지)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빨간 깃발, 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 등 기존 이미지 센서와 열탐지 기술만으로는 판별하기 어려운 오차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마트드론은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소할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근식 방재시험연구원 박사는 “화재의 경우 초기 식별이 필수적인데, U+스마트드론은 효율을 높여줄 새로운 수단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드론 하드웨어가 아니라 AI 화재 감지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회사 측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적합한 드론을 골라 스마트드론 솔루션을 적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범용성이 크다”고 전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