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기훈(30·사진)이 영국 BBC방송이 주최한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1’(카디프 콩쿠르) 아리아 부문에서 19일(현지시간) 우승했다. 우승 상금으로 2만파운드(약 3100만원)를 받았고 영국에서 열리는 갈라콘서트 출연 기회도 얻게 됐다.
카디프 콩쿠르는 영국 카디프 세인트 데이비드 홀 개관을 기념해 1983년 시작한 성악 콩쿠르다. 영국을 대표하는 바리톤 브린 터펠을 비롯해 드미트리 흐보르스톱스키 등 세계적 성악가를 배출했다. 2년마다 아리아와 가곡으로 부문을 나눠 경연을 열어 왔다. 한국인으로는 바리톤 노대산(1999년)과 베이스 박종민(2015년)이 가곡 부문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메인 프로그램인 아리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건 김기훈이 최초다.
이날 김기훈은 결선 무대에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이 동네 제일가는 이발사’와 바그너의 ‘탄호이저’ 중 ‘오 성스러운 나의 별이여’ 등을 불렀다. 그는 시상식에서 “이번 경연은 내게 아주 특별한 여정이었고, 앞으로 커리어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곡성 출신인 김기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악을 시작한 늦깎이다. 연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하노버 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거쳐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진가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것. 같은 해 플라시도 도밍고 대회로 알려진 ‘오페랄리아 2019’에서도 2위를 차지해 주목받았다. 김기훈은 다음달 8일 경기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첫 독창회를 열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