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교수 "인구절벽 닥친 한국, 향후 10년이 '골든타임'"

입력 2021-06-20 17:04
수정 2021-06-21 00:25
57만 명.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이 2050년쯤 매년 한국에서 줄어드는 최대 인구를 예측한 수다. 현재 포항시만큼의 인구가 매년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해엔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 감소, 노인 부양 부담 증가 등의 문제는 한국 사회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정해진 미래’에서 한국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근 이런 화두를 모은 책 《인구 미래 공존》을 펴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사진)는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가 정해진 미래라면 이제 중요한 것은 ‘공존’을 위한 사회적 타협”이라며 “앞으로 10년간의 변화가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2016년 펴낸 《정해진 미래》는 한국이 겪을 ‘인구절벽’ 충격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왜 공존이 중요할까. 조 교수는 “줄어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태어난 여아 약 13만 명이 30년 후 현재와 같은 합계출산율(0.84명)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출생아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조 교수는 “역대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출산 장려·양육 등의 복지 정책 중심으로 구성돼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근본 문제는 모든 자원이 서울·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생존이 과도하게 치열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출생아 수를 고려하면 인구절벽 충격이 피부로 와닿기까지는 10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이 기간 공존의 대책을 잘 세운다면 인구 충격도 최대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공존을 위해서는 청년, 장년, 노년 세대가 각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정년 연장’이다. 경제활동인구의 급감을 막기 위해서는 65세 이상으로 정년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청년 세대가 당장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부동산 투자에 실패하면서 현실적인 인구 감소 문제를 직시하게 됐다.

“주변의 권유만 듣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 투자한 게 낭패를 봤습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생각하다 보니 한국 사람들의 주거·교육·취업과 같은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논문 속 숫자들과 씨름할 게 아니라 학자라면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조 교수는 “공존을 위해서는 여러 세대가 토론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타협을 해 나갈 시기”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