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값이 뛰면서 일명 ‘지옥에서 온 집’(사진)으로 불리는 흉가마저 59만달러(약 6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화제다. 이 집은 사흘 만에 팔렸다.
지난 18일 CNN 등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부동산 중개업체 팰컨프로퍼티컴퍼니는 주택 수요가 급증하며 집값이 치솟자 15일 이 집을 시장에 내놨다. 방 5개, 욕실 4개인 이 집은 밖에서 보기엔 괜찮지만 수년간 방치되면서 집안 곳곳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얼룩져 있고 집 한편에선 죽은 동물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썩은 고기로 가득 찬 지하실 냉동고에서 심한 악취가 새어 나와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집을 둘러볼 수 없을 정도다.
이 집은 2019년까지 10년간 세입자가 있었지만 집세를 내지 않아 쫓겨났다. 세입자는 분풀이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후 집주인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집이 압류될 위기에 처하자 흉물이 된 주택을 그대로 내놨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 사이트 레드핀에 매물로 올라온 뒤 이 집은 75만 건 이상 조회됐고, 20명 이상의 매수 희망자가 중개업자에게 ‘오퍼(매수 의향)’를 냈다. 주변 시세(75만~80만달러) 대비 가격이 낮은 데다 기본 뼈대가 튼튼해 수리만 잘하면 다시 쓸 만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을 직접 보지 않고 62만5000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한 투자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자는 집을 직접 본 사람에게만 팔겠다는 방침을 정해 이 제안을 거부했다. 결국 이 집 주변에 사는 사람이 18일 전액 현금으로 집을 사기로 해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CBS가 전했다.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는 “주택 시장이 미쳤다”며 “투자자들은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주택에 굶주려 있고 심지어 ‘호러 하우스’도 투자자들에게 횡재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 수요와 공급 제한,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때문에 매수자들이 집을 검사하거나 둘러보는 것도 건너뛰고 현찰로 집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기준 미국 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19% 오르면서 현금을 충분히 보유한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4월 기존 주택 구입자 중 절반가량이 계약금으로 집값의 20%를 걸었다. 과거에는 집값의 5% 정도만 계약금으로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비율이 껑충 뛴 것이다.
시장이 매도자 우위로 바뀌면서 집주인들이 계약금을 많이 거는 사람과의 계약을 선호한 결과다. 이에 따라 현금이 부족한 미국인들은 주택 구매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