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부친으로부터 공시가격 8억원(시가 10억원)의 서울 주택을 증여받았다. 원래 서울에 자가를 보유하고 있던 A씨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지방세법 규정에 따라 해당 주택에 대해 3.5%가 아니라 12.4%의 취득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에 따라 취득세 9920만원에 2억2000만원에 가까운 증여세까지 물어야 할 처지다. 고민하는 A씨에게 세무사들은 “일단 증여를 포기할 것”을 충고했다.취득세 60일, 증여세 3개월 ‘골든타임’증여를 포기하면 아파트의 소유권은 부친에게 되돌아간다. 대신 3억원을 훌쩍 넘기는 취득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증여세 및 취득세 납부 기한 내에 증여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여세는 증여계약이 이뤄진 달로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6월 21일 증여가 이뤄졌다면 해당 월의 마지막 날인 6월 30일을 기준으로 3개월이 지난 9월 30일까지 신고하면 된다. 주택 취득세는 증여세보다 납부 기한이 짧다. 주택 취득 날짜를 기준으로 60일 내에 납부해야 한다. 6월 21일 증여와 동시에 취득했다면 취득세 납부 기한은 8월 20일이 된다. 결국 세금 부담 없이 증여를 취소할 수 있는 기한은 8월 20일이란 얘기다.
취득세를 이미 냈다면 증여 취소를 위해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증여가 취소됐다는 공증증서나 계약해제 신고서, 화해·인낙조서 등을 통해 증여 취소를 증빙해야 해서다. 특히 별도의 증여계약 없이 부동산 등기만 자녀 앞으로 이전한 뒤 취득세를 납부했다면 취득세 반환은 더 어려워진다.
취득 시점에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주식과 펀드는 증여세 신고기한 내에만 결정하면 증여 취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금전은 증여를 취소할 수 없다. “금전은 증여와 반환이 용이해 증여세의 신고기한 내 증여와 반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금전의 증여 취소를 인정하지 않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증여 6개월 지나면 반환 때도 증여세취득세와 증여세의 납부 기한을 넘기면 증여를 취소해도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오히려 받은 자산을 다시 부모에게 건네는 재증여로 간주돼 다시 증여세를 물어야 할 수 있다. 세금을 부담하고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증여를 취소할 때 역시 기한을 잘 살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는 ‘신고기한이 지난 후 3개월 내에 증여자에게 반환하거나 증여자에게 다시 증여하는 경우에는 그 반환하거나 다시 증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증여가 이뤄진 시점부터 3개월여인 증여세 신고기간이 지나고 여기에 3개월을 더해 6개월여 안에 증여를 취소하면 별도의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이 같은 시한을 넘기면 증여세가 다시 부과되고 부동산은 취득세도 추가로 내야 한다. 증여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면 6개월 내 증여를 취소해야 불필요한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부동산 시세가 급락했다면주택시장의 상황에 따라서는 이 같은 규정을 절세에 활용할 수 있다. 경제 충격으로 집값이 갑자기 떨어졌거나 상당 기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다. 취득세 및 증여세 신고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증여 취소를 통해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원위치시킨 뒤 집값이 떨어진 이후 다시 증여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김선형 재산세금연구소 세무사는 “집값이 급등할 때는 부동산 감정평가를 활용해 감정평가액에 대해서만 취득세와 증여세를 내는 방법이 있다”며 “상장주식은 증여 전후 2개월 종가의 평균 가격을 활용하므로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