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바둑의 미래’ 김민서(14·사진)가 국내 최고 권위의 여자 아마바둑대회인 ‘하림배 전국아마여자국수전’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김민서는 2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6기 하림배 전국아마여자국수전 국수부 결승에서 김현아(31)에게 20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고 우승한 그는 2연패에 성공하며 아마 최강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김민서는 국수부 우승상금 200만원을 손에 넣었고, 김현아는 준우승상금 70만원을 가져갔다.
인터넷 바둑 6단 이상이면 누구나 출전할 수 있는 국수부에는 한국기원 연구생, 아마 유단자 등 45명의 실력자가 모여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김민서는 전날 예선 1회전부터 나세희와 송유진, 김이슬, 김수영 등을 연달아 격파한 데 이어 4강에서 이슬주마저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국가대표 상비군 총무를 지낸 대선배 김현아를 상대로 빈틈 없는 대국을 이어갔고 결국 205수 만에 상대로부터 백기를 받아냈다. 그는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운이 좋아 이긴 것 같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07년생인 김민서는 일곱 살 때 바둑을 배우던 언니를 따라 바둑 기사의 꿈을 키웠다. 언니는 바둑을 그만뒀지만 김민서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한국기원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 기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벤트 대회로 열린 지지옥션배 어린이 3 대 3 대항전에서 여자 영재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같은 해 전국아마여자국수전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이번에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여자바둑 ‘넘버원’ 최정 9단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그는 “남자 사범을 상대로도 대등한 승부를 펼치는 최정 사범님이 멋있고 존경스럽다”며 “프로 기사로 데뷔해 최정 사범님처럼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입단대회 16강에 올라 있는 그는 오는 25일 끝나는 입단대회에서 3위 안에 들 경우 프로 기사 자격증을 얻는다. 그는 “여자국수전 우승의 기운을 받아 입단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수부 4강에 든 김민서와 김현아, 이슬주, 이정은은 다음달 6일 같은 장소에서 개막하는 제26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통합예선 출전권을 얻었다. 하림이 후원하고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기원, 한국여성바둑연맹이 주최하는 하림배 전국아마여자국수전은 1974년 창설돼 아마추어 여자바둑대회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