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외창천(雲外蒼天)은 어두운 구름을 벗어나면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주식시장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다. 구름이 얼마나 오랫동안, 어느 정도 두께로 하늘을 뒤덮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6일 Fed에선 금리 인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엔 2023년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해온 Fed가 2023년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해서다.
이날 금리 인상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으로 꼽힌 것은 테이퍼링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테이퍼링에 대해 (초기 단계의) 논의를 했다”고 확인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2023년 금리 인상을 두고 벌써부터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며 “당장 올해 영향을 미칠 사건인 테이퍼링이 부담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당시엔 미국 증시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신흥시장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테이퍼링 우려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서 확인된다. 16일 연 1.57%까지 치솟았다. 펀드매니저 A씨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7%를 뚫으면 테이퍼링 우려가 증시 조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신흥시장이 크게 휘청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분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이 시장 금리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은 가계대출이 많아서 금리가 오르면 소비여력이 줄고 주식시장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이퍼링 조정’이란 어두운 구름이 걷히면 ‘실적장세’라는 푸른 하늘이 나타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펀드매니저 A씨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경제활동 재개에 탄력이 붙고 있어서 조정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실적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풀린 돈의 힘이 실적과 결합하면 주가가 많이 뛸 수 있다”며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실적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실적이 돋보일 종목을 사라”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올 하반기 상승장을 이끌 것”이라며 “반도체는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31%에 달할 전망이고 자동차는 올해 6%인 전기차 침투율이 내년 10%까지 늘어나게 돼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푸른 하늘(실적장세)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있다. 조 전문위원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계속 좋으려면 수출이 잘돼야 하는데 미국이 한국 물건을 많이 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은 테이퍼링으로 힘이 약해지고, 재정정책도 실업수당 지급이 줄기 시작하면서 약화될 것이란 점이 이런 의문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나 연구원은 “이번에 Fed가 인플레이션에 백기투항한 것(금리 인상 시사)은 물가 상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서 중장기적으로 좋은 결정이었다”면서도 “다만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실적장세보다는 위아래로 모두 열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실적장세를 기대하고 실적개선 종목에 베팅할지,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할지, 투자자는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후자라면 오래도록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 장마에 비유할 만하다.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늦어질 전망이란다. 늦게 시작하면 장마 기간이 짧아지지 않을까. 증시에 드리운 구름이 얼른 걷혀 푸른 하늘을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