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스페인 상원의사당 도서관에 소장된 조선왕국전도를 보고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보여주는 사료"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일본 집권당 내에서 반론이 제기됐다고 합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에선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지도에) 그려진 섬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자민당 내 '영토에 관한 특별위원회'의 신도 요시타카 위원장은 외교부회에서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전혀 다른 것"이라며 "이것을 다케시마라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의 상투적 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스페인 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스페인 상·하원 합동연설 직후 상원 도서관을 찾아 해당 고지도를 본 뒤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왕국전도는 18세기 프랑스 지리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장 바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이 발간한 ‘신중국지도첩’에 포함된 지도입니다. 당시 중국 실측지도인 ‘황여전람도’를 참고해 중국과 주변 지역을 나타낸 지도첩을 발간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독도를 지칭하는 우산도(于山島)를 천산도(千山島)로 혼동해 ‘챤찬타오(Tchian Chan Tao)’로 표기하고 있고, 우산도와 울릉도가 모두 조선의 영토임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다”며 “서양인이 만든 조선지도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지도에 독도가 조선 영토임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도 독도 문제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내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전국 지도에서 시마네현 위쪽, 독도 위치에 해당하는 곳에 작은 점을 찍어 독도가 마치 일본 땅인 것처럼 표시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독도 표시 문제로 도쿄올림픽 보이콧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를 단순히 일본과의 갈등 문제로만 접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행사 참석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한 전례가 있습니다. 통상 이런 경우에는 답방이 있는 것이 외교가의 관례라고 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도 한반도기 독도 표기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었지만 남북한이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빼면서 봉합이 됐습니다.
스가 총리가 G7회의에서 당초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의 약식회담에 응하지 않으면서 양국 간의 관계는 악화일로입니다. 이번 자민당 외교부회의 독도 관련 반응도 이같은 한일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어느 정도 풀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일관계 문제를 놓고 귀국 후에 더욱 머리를 싸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일본에 대한 강경대응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터입니다. 문 대통령의 외교 역량이 다시 한번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