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치킨 때문에 남편과 이혼하려 합니다"

입력 2021-06-18 10:50
수정 2021-06-22 09:04

"남편이 치킨 시켜놨다길래 퇴근하고 집에 와서 보니까 다리 날개 등 맛있는 부위는 혼자 다 먹고 이상한 부위만 찌꺼기처럼 남겨놨더라고요. 황당해하는 제게 '안 먹어? 빨리 먹어' 하길래 '안 먹을래'라고 하자 '그럼 내가 먹는다'고 하면서 신나게 먹는데 정말 정떨어집니다. 먹는 게 'X먹는 거'로 보이면 그 관계는 끝난 거라던데."

이혼을 고민 중이라는 A 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배달 치킨 관련 사연이다.

A 씨는 "찌꺼기처럼 남겨놓은 치킨을 보니 요즘엔 외식할 때도 제가 먹을 새도 없이 혼자 허겁지겁 먹는 게 떠올랐다"면서 "연애할 때는 저부터 먼저 덜어주고 천천히 속도 맞춰 먹었는데 이제는 내가 만만한가, 이런 사소한 것까지 다 말해줘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아이도 없는데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다"라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한 개그우먼이 퇴근 후 남편이 남겨놓은 피자와 치킨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물론 본인은 "상황이 재미있어서 SNS에 올렸는데 이렇게 파문을 일으킬 줄 몰랐다. 남편에게 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대다수 여성은 피자와 치킨을 먹으라고 남겨놓았다면서 박스 안에 먹던 치킨 뼈와 휴지, 가위까지 너저분한 상태로 둔 것을 보고 마치 자기 일마냥 격분했다.



이처럼 음식을 함께 먹을 때 보여주는 매너는 상대에 대한 배려의 척도로 여겨진다.

치킨 때문에 이혼까지 결심하게 된 사연에 이인철 변호사는 "이렇게 사소한 일로 이혼까지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단순한 문제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결국 파경까지 가는 사건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아내는 ‘남편이 치킨을 혼자 다 먹을 정도로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었나?’ 실망할 수도 있고 남편은 반대로 ‘아내가 고작 이런 문제로 이혼까지 생각하는 사람이었나?’라면서 실망할 수도 있다"면서 "연애 시절에는 상대방의 이런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맛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했을 것이다. 연애할 때는 서로 좋은 모습, 장점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 사람의 단점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은 '결혼하고 나서 사람이 변한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다. 결혼 후에 보여주는 모습이 원래 진짜 그 사람의 모습이다"라면서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악마의 모습을 감추고 천사의 가면을 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 가면 속에 있는 진짜 모습을 보려면 오랜 기간 그 사람을 잘 관찰해야 한다. 특히 화가 나거나 어려운 상황, 그리고 싸움을 할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서 "특히 평상시 그 사람의 태도를 잘 살펴라. 반드시 단서와 힌트가 보이게 된다"라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조심해야 하는 유형은 이기적인 사람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는 "이기적인 성격은 타고난 성격일까? 환경적인 영향이 있는 것일까? 이기적인 성격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도 있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환경에 영향을 받아 달라질 수도 있다"면서 "이기적인 사람도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 앞에서는 이기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강한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을 감추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실무에서 이기적인 사람을 보면 정말로 지독한 이기적인 행태를 보인다"라며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결혼한 것처럼 보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상대방의 돈을 빼앗으려하고 심지어는 폭행, 협박, 공갈 등 각종 범죄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바로 '너 때문에 내 인생 망쳤어!'다"라며 "이기적인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 탓만 하고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데 실제로는 이기적인 사람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가 주의해야 한다고 보는 유형은 개념이 없고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 변호사는 "개념이 없고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없는 사람은 연애도 하지 말고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서 지내는 것이 좋다"면서 "결국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관계, 결혼생활에 행복하게 성공하려면 자신의 이기심을 억제하고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개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례와 같이 치킨을 배려 없이 혼자 먹는 것도 이혼 사유에 해당할까.

이 변호사는 "이런 행동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지속하고 혼인 파탄이 발생하면 이론상으로는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라면서도 "다만 실무상 실제로는 위자료는 소액만 인정되거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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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