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조종사가 아기 옆에서 아내를 살인한 혐의로 기소돼 영국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가디언스, 더선 등에 따르면 32세의 조종사 바비스 아나그노스토풀로스(32)는 지난 5월 11일 그리스 아테네 인근 글리카네라에 위치한 자택에 침입한 강도들에 의해 아내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아내 캐롤라인 크라우치(20)는 11개월 된 딸 옆에 있는 침대에서 질식사했다. 아기는 다행히 생명을 건졌다.
경찰 조사에서 바비스는 세 명의 남자가 집에 침입해 그를 묶었고 아내를 살해한 뒤 귀중품과 현금 1만 5000유로(한화 약 2000만 원)을 훔쳐 갔다고 진술했다.
아내가 사망한 후 바비스는 언론에 인터뷰를 하거나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웨딩사진을 올리며 "영원히 함께"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현장 조사에 나선 경찰은 강도의 DNA나 지문 등 흔적을 찾지 못했고,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남편 바비스가 아내를 살해한 정황이 드러난 것. 스마트워치에서 내려받은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편이 경찰에 신고한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아내가 사망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경찰은 사건 전 자택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메모리카드가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부부 사이의 문자 메시지도 증거가 됐다. 두 사람은 결혼 후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캐롤라인의 추모식에 참석한 바비스는 몇 시간 뒤 아테네 경찰 본부에서 심문을 받고 범행을 자백했다.
바비스는 범행 당일 아내와 말다툼과 몸싸움을 벌였고 "집에서 나가"라는 말에 판단력이 흐려져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뒤 강도가 들어온 것처럼 행동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완전범죄를 위해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까지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바비스에 대해 "그는 일류 배우였다"며 "아내 어머니를 껴안고 용의자를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찰은 그를 살인 및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