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문재인 정부의 親귀족노조·反기업이 일자리 파괴"

입력 2021-06-17 17:37
수정 2021-06-18 01:06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문재인 정부의 ‘친(親)귀족노조’와 ‘반(反)기업 정책’이 일자리 파괴의 주범”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기업 규제를 철폐하고 노동 관련법을 개정해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언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국민의힘이 추진한 ‘기업 규제 3법’ 등 경제민주화 정책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졌다. 文 정부 경제 실패 작심 비판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생·경제 파탄의 책임은 정부·여당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및 25차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업 규제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를 특히 강조했다. 연설 중 ‘일자리’ 24번, ‘경제’ 18번, ‘규제’는 12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여당은 기업을 때리고 귀족 노조 편을 들면 자신들이 정의롭고 개혁적인 줄 안다”며 “위선과 무지로 쌓아 올린 거대한 장벽 때문에 한국 경제의 앞날이 막혔고, 이 때문에 서민과 기업 모두 힘든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연평균 7조5000억원의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2019년에는 해외로 유출된 투자금이 21조7000억원에 달했다”며 “일자리가 매년 4만9000개씩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선 “경제 위기를 모두 코로나 탓으로 돌리지만, 소득주도성장이 경제폭망의 시작이었다”고 비꼬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일자리 상황판’은 어디로 갔냐”며 “낙제생이 성적표를 숨긴다고 모범생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최저임금 규제가 오히려 저소득층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귀족 노조를 위한 각종 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꺼리게 한다”며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의 과잉보호는 추가 고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고용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해 노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겠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여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부동산 규제 풀고 세금 줄여야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역대 집값 상승률 1위는 노무현 정부, 역대 집값 상승액 1위는 문재인 정부”라며 “시장의 수요와 공급원리를 외면하고,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결과”라고 공세를 폈다. 또 “25번의 부동산 규제가 주택 지옥을 만들었다”며 “무능력한 정치인 장관이 잘못된 이념에 치우쳐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옹고집을 부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용적률 상향과 용도지역 변경을 통한 공급 확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부과 기준 12억원으로 상향 △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기준 최대 20%포인트 상향 △공시가격 인상 상한제 등의 정책을 입안하겠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의 주류인 586세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한때 대한민국 체제를 뒤집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며 이제 ‘꼰대·수구·기득권’이 돼 가장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586운동권이 국가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1980년대 ‘구국의 강철대오’가 이제는 ‘이권의 강철대오’, ‘세습의 강철대오’가 됐다”고도 비유했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비난과 막무가내 주장이 난무한 전형적인 구태정치”라고 폄훼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586세대를 비판한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감옥에서 싸울 때 도서관에 앉아 입신양명하겠다고 공부한 분들이 고시 한 번 합격했다고 판검사 돼서 전관예우 받고 돈 번다, 야당에서 의원 세습하고 있다고 말하면 좋겠냐”며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악마화시키는 건 구태정치”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