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사진)가 “불평등과 대결하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총리는 1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강한 대한민국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다 지어진 밥을 퍼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필요한 건 새로운 밥을 지어내는 역동성”이라며 “미래 경제를 지휘하고 먹거리를 만드는 밥 짓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경제대통령의 세 가지 원칙으로 △아름다운 혁신경제 △소득 4만불 시대 △돌봄이 강한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정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은 여권 주자 중 다섯 번째로 이른바 ‘빅3’ 중에선 가장 먼저 선언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두관·이광재 의원 등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정 전 총리는 출마 선언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파격적 제안을 내세웠다. 정 전 총리는 “재벌 대기업 대주주에 대한 배당과 임원·근로자 급여를 3년간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 여력으로 불안한 여건에서 허덕이는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 인상과 근로자 급여 인상을 추진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정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우대 임금제도 약속했다.
부동산 정책으론 ‘반의 반값 아파트’를 제시했다. 정 전 총리는 “청년과 서민에게 공공임대주택 공급폭탄을 투하하겠다”며 “공공분양아파트 30만 가구를 공급하는데 15만 가구를 반값 아파트, 나머지 15만 가구는 반의 반값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앞서 제안한 ‘미래씨앗통장’(모든 신생아에게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 지원)을 언급하며 “기초자산 형성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찬스를 제공하자”고 했다. 청년 고용 국가보장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자고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대기업 임금 동결 등은 논쟁적인 공약인데, 후보(정 전 총리)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문을 읽기에 앞서 청년들과 토크콘서트 형식의 사전 행사를 했다. 한 30대 직장인이 “젊은 정치 돌풍이 부는데 후보 중 가장 나이가 많을 것 같다”고 하자 정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선 때 저보다 연세가 많았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