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연설에서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친귀족노조와 반기업정책이 일자리 파괴의 주범”이라며 “귀조노조 갑질에 제동을 거는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동산, 백신 등 현 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짚은 가운데 언급한 것이지만, 한국 경제 미래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게 노동개혁이란 점에서 제1야당이 앞으로 중점을 두고 끌고나가야 할 아젠다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경직된 고용·노동제도와 여기서 파생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성 노조에 휘둘리는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눈을 돌린다. 그럴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 대기업·공기업 등 기득권 노조에 기운 노동정책들은 비정규직 등 노동약자와 노동시장 밖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는 게 현실이다.
세대 갈등으로 번지는 정년연장 이슈도 노동시장 경직성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정년연장은 고령화 시대에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선 기업 부담을 키우고 청년층의 취업절벽만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의 지적처럼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고 노조가 센 공공부문과 대기업 종사자들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국내 완성차 3사 노조가 정년연장 법제화 요구를 국회 청원게시판에 올리자, MZ세대(20~30대)가 청와대에 반대 청원을 올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노동계 눈치보기로 차일피일 미뤄왔다. 현 정부는 오히려 노골적인 친노조 정책을 펴면서 고용 경직성을 더 강화했다. 최저임금까지 급격히 올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없게 만들었고,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강조한 노동개혁이 의례적인 제안에 그쳐선 안 된다. 노동개혁을 국가 아젠다로 삼아 구체적 방향과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있는 야당이자 수권정당임을 입증하는 길이다. 여당이 압도적 다수인 지금 국회에서 어렵다면 내년 대선 공약에 넣고 국민을 설득해 선택받아야 한다. 불쑥 던져놓고 표를 의식해 또 흐지부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