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태평양·광장, 몸집 키워 '판교 大戰'

입력 2021-06-17 17:53
수정 2021-06-18 00:03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미 진출한 로펌들은 사무소 확충에 나섰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법률자문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일반 대기업과 달리 모바일 채팅방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할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인다. 로펌들도 이런 기업문화에 맞춰 판교 현장사무소 변호사 인력을 늘리는 등 ‘즉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판교 사무소 ‘이노베이션 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새 사무실은 성남시 분당구 유스페이스1 건물에 마련했다. 면적이 기존 사무실의 두 배인 188㎡다. 변호사 상주 인력도 2명에서 4명으로 보강했다. 사무소 개소 때부터 판교에 상주한 조중일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와 정해성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 외에 서울 본사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M&A 및 기업지배구조 등에 관해 자문을 하던 이호연 변호사(39기), 박기훈 변호사(변시 5회)가 합류했다.

IP(지식재산권)그룹 소속 변호사들도 본사와 분사무소 순환근무를 통해 판교 관련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조중일 변호사는 “최근 성공적으로 커나가는 스타트업이 늘었고, 투자도 활발해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법률자문 업무가 많이 늘어났다”며 “이번 확장 이전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군에도 적극 대응하며 더욱 신속하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로펌 중 최초로 판교에 진출한 태평양 역시 사무실 확장 이전을 검토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오는 10월 판교 알파돔시티 완공에 맞춰 새 사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돔시티는 내년 2분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입주할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태평양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태평양 판교 사무소에는 특허, 상표 및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관련 경험이 풍부한 민인기(32기), 김형로(37기) 변호사가 상주하고 있다. 이 외 특허, 기업법무, 노동, 금융 분야 등의 변호사 10명 이상이 순환근무를 한다. 민인기 변호사는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드론 등 신사업 분야 관련 법률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장도 올해 안에 판교 사무소를 내기로 했다. 안용석 대표변호사는 “판교로 적지 않은 기업이 이전하고 있고 새로운 기업들도 설립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법률자문 수요도 늘고 있어 사무실을 내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현재 사무소 임차를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며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연내 사무소를 열고 운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7월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판교에 사무실을 차린 한결 역시 향후 업무 영역과 인력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로펌들이 판교에 직접 사무소를 내게 된 배경에는 판교 기업들만의 신(新)문화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대기업과 달리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수시로 M&A 등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비정기적인 회의도 급하게 잡는다. ‘속도’를 중시하는 IT 기업들에 신속한 법률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판교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로펌 경영진의 공감대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남정민/최진석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