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유 침해와 안보 사이 '선 넘는' 첩보기관

입력 2021-06-17 18:20
수정 2021-06-18 02:37
2013년 여름 미국 비밀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첩보활동을 폭로했다. NSA가 모든 통화를 도청했고, 이메일도 감찰했다는 것.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정부는 테러를 막기 위해 필요했다고 항변했다.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국가가 불법적으로 저지르는 첩보활동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비밀정보기관의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첩보활동과 비밀 정보기관의 역사를 망라한다. 독일 역사학자이자 정보부역사연구회 창립자인 볼프강 크리거가 역사 속에서 비밀요원들이 암약한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첩보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그는 “인간의 행동양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첩보활동의 흥망성쇠를 되짚어 정보 수집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첩보활동에 대한 정의부터 내린다. 적에 대한 정보를 얻고, 숨겨진 영향력을 발견하고, 적의 첩보활동을 방지하는 것. 궁극적으론 적의 정보기관에 잠입해야 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첩보활동 체계는 고대에서부터 전해져 왔다. 왕이 제국을 관리하려고 심복을 곳곳에 퍼트려 놓고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 이집트의 파라오도 ‘왕의 사자’를 임명해 국경 지역과 이웃 나라들을 염탐했다.

20세기 들어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비밀정보기관의 권력이 막강해졌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 비밀정보기관을 이 시기에 설치했다. 권한도 커지기 시작했다. 과거엔 군사 업무만 주로 맡았지만 냉전을 거치면서 외교와 정치로 영역을 넓혔다. 지금은 사이버 공격을 막아야 할 임무도 더해졌다.

필수불가결한 첩보기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저자는 현대 정보기관들이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첩보활동에 대해 “자유를 침해하지만 외부의 적을 퇴치할 유일한 수단”이라며 “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별도의 윤리체계와 정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