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들고 슈트는 남자를 만든다

입력 2021-06-17 17:59
수정 2021-06-18 01:51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배우 콜린 퍼스가 고급 슈트를 입고 내뱉은 이 명대사는 남성들의 명품 슈트에 대한 갈망을 자극했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클래식이라고 부른다. 자율 복장이 대세가 되는 와중에도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치수에 맞게 재단돼 몸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고급 슈트에 대한 열망은 남녀 불문하고 여전하다.

슈트의 시작은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19세기 유럽과 미국에 사는 귀족의 복장인 프록코트에서 시작했다. 의회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시작한 1780년대.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인근에서는 사교 클럽인 ‘젠틀맨 클럽’이 생겨났고, 인접한 새빌로 거리에서 테일러들이 이들의 옷을 제작하면서 현대적인 슈트가 만들어졌다. 이때는 드레스셔츠와 바지, 조끼, 재킷, 넥타이, 구두, 모자, 지팡이 등을 모두 갖춰 입었으나, 이제는 셔츠와 바지, 재킷만 입는다. 1966년에는 이브 생 로랑이 여성 바지 정장을 처음 도입한 뒤 많은 여성도 슈트를 입는다. 최근에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티셔츠, 운동화와 함께 입을 수 있는 간편한 ‘셋업’ 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슈트를 입는 이유가 무엇일까. 슈트를 생각하면 교양 있고, 권위적이며 전문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티브 잡스처럼 후드티와 반바지를 입는 정보기술(IT)업체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슈트는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됐다.

이런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정치인 등은 슈트를 입고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 룩’을 애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재킷을 벗고 어깨에 걸치는 ‘노재킷 룩’도 연출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슈트를 입어야 할 때가 온다. 면접, 결혼식, 혹은 장례식장에서. 슈트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클래식의 기본은 불변이다. 변하는 것은 덧없는 유행뿐”(루체로 엘 베니에로, 벨베스트 세일즈 디렉터)이라는 말처럼 슈트는 사라지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화할 뿐이다.

배정철/최진석/박상용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