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내연녀 집 들어간 불륜남, 주거침입죄 성립될까?

입력 2021-06-16 17:58
수정 2021-06-17 13:11

성관계를 목적으로 내연녀의 집에 들어간 불륜남이 내연녀의 남편으로부터 고발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이 16일 진행됐다.

검찰 측은 거주자 전원의 평온이 우선시 되지 않은 채 불륜 행위 목적으로 주거침입이 이뤄져 처벌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고인 측은 남성이 내연녀의 집에 들어간 것이 사실상 평온을 해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등 2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9번째다.

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B씨의 남편 C씨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가자 B씨로부터 출입 동의를 받고 이 부부의 아파트를 드나들며 부정한 행위를 했고, C씨로부터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직권파기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사가 상고를 제기한 상태로, 쟁점은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동의만을 받고 집에 들어갔을 때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앞서 대법원 판례를 보면 1984년 다른 공동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날 검찰 측은 함께 살고 있는 이들 모두의 '주거 평온'을 보장하기 위해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범죄를 목적으로 집에 들어가거나 출입 과정에서 시설 파손이나 흉기 소지 등의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고, 출입 과정이나 이후 범죄가 없었더라도 부정행위와 같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다른 거주자가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 사건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B씨의 남편이 동의하지 않는 행위이므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 측은 함께 거주하는 이들 사이의 의견 대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형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아내가 타인의 출입을 이미 허락한 상황에서 남편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처벌한다면 가족 간 우선순위를 규정하는 문제가 생기고, 가족 외에 함께 자취를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거주자의 동의 없는 출입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또 간통죄가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우회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주거침입의 죄를 묻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 참고인인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가 교제를 금하는 자를 주거 내로 들일 때에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가"라면서 "이런 경우 자녀는 주거침입죄의 교사범, 종범, 심지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재현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적 공간이 타인에게 허락 없이 공개되면 안된다는 점도 보호법익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사람이 현존해야 하는 현실적 평온 침해로 이해할 게 아니라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을 보탰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 아니라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라는 점에서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같이 남편이 일시 부재중 간통의 목적 하에 그 아내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지므로 아내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간통죄 폐지로 간통현장을 목격해도 이를 처벌하기 어렵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배우자의 불륜 상대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주거침입죄가 유죄판결을 받는다해도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쳐, 주로 실형이 선고됐던 간통죄에 비하면 처벌은 약한 상황이다.

법조인들은 피해 배우자들이 간통 상대방을 어떻게든 처벌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 대한 고소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나/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