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지난달 16일 열린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대상’ 심사위원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관은 외국인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였다. 이른바 ‘죄악 산업’으로 불리는 카지노 업체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ESG 지표가 좋으면 상을 줘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GKL의 부문별 득점률은 E(환경) 64%, S(사회) 93%, G(지배구조) 70%였다. E와 G는 평균을 밑돌았지만 S 부문에선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S 부문 특별상을 노릴 수 있었지만 아깝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카지노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GKL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2018년 기업은행과 관광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동반성장펀드 덕이다. 이 기관은 올 들어 1000억원이던 펀드 규모를 1500억원으로 늘렸다. 코로나19로 관광업계 소상공인이 큰 피해를 봤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였다. 지난해 88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을 정도로 GKL의 상황이 어려웠지만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감안해 ‘통 큰’ 결정을 했다. 이 펀드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에 큰 힘이 됐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동반성장펀드의 지원을 받은 기업은 301곳이다. 올해는 수혜 기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등 138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도 S 부문 점수를 후하게 받은 이유 중 하나다.
해외에도 GKL처럼 ‘착한 카지노’가 적지 않다. 사회적 시선을 감안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홍콩 멜코리조트앤드엔터테인먼트, 호주 아리스토크라트를 비롯한 8개 업체는 MSCI ESG 평가 기준으로 AA 등급을 받았다. BBB 등급은 4곳, BB는 8곳, CCC는 1곳이다. 한국의 강원랜드는 BBB 등급으로 카지노 업체 사이에선 중위권에 속한다.
멜코리조트앤드엔터테인먼트는 카지노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지난해 3개 비정부기구(NGO), 중소기업, 사회적 약자를 돕는 지역 단체에 총 45만7000달러(약 5억1000만원)를 후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