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키노 로시니는 오페라로 유럽을 평정한 1829년(37세)에 더 이상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가곡과 피아노 소품은 만년까지 계속 썼고, 대작으로도 종교음악 두 편을 남겼다. 그중 하나가 우여곡절 끝에 1841년 마무리된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바라보는 ‘슬픔의 성모’인데, 로시니의 곡은 페르골레시, 하이든, 드보르자크와 함께 가장 유명한 스타바트 마테르다.
네 독창자가 부르는 아리아풍의 노래들은 이게 오페라인가 종교음악인가 헷갈릴 정도로 선율이 풍부하고 기교를 요구하지만 뒤로 갈수록 슬픔이 깊어진다. 특히 독창진과 합창이 무반주로 노래하는 9곡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천국의 복을 누리소서’는 말할 수 없이 경건하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10곡 ‘아멘’은 19세기의 가장 웅장하고 완벽한 푸가 합창으로 손색이 없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