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 말고도 국정을 운영할 역량이 있는지’를 묻는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조속한 ‘정치 데뷔’를 촉구했다. 이 대표의 요구에 윤 전 총장 측 역시 “이 대표의 시간표와 윤 전 총장의 시간표는 다르지 않다”며 화답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지금까지 행보로는 정치에 대한 결심이 약해 보이는 것이 있었지만, 최근 조직체를 갖추는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막판에 ‘뿅’ 하고 나타난다고 해서 당원들이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3월이면 6개월 정도는 당원들과 호흡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나중에 적극적인 서포트를 받을 수 있다”며 입당을 촉구했다.
그는 앞서도 “정치권의 많은 인사들이 윤 전 총장의 반부패 이미지가 ‘자체 발광’이냐 ‘반사체’냐 이야기한다”고 말하는 등 연일 윤 전 총장의 결심을 촉구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나눈 문자메시지에 대해선 “입당 신호 등으로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공식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생길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 역시 정치 입문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윤 전 총장의 시간표와 이 대표의 시간표가 상충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은 이달 말 정치 참여 선언을 검토 중”이라며 “사무실은 여의도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비공개 잠행을 이어갔다. 윤 전 총장 측은 그가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나흘 앞둔 지난 11일 서울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고 이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새롭게 존경하게 됐고, 그 업적이 놀랍다”며 “수난 속에서도 용서와 화해를,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는 정신을 높이 새기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업적인 정보화산업 기반 조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며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국민이 화합하고 같이 힘을 합쳐서 다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지 않아야 하겠나”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