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에서 퇴역한 노후 전투기가 사상 처음으로 민간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까다로운 매각 조건 탓에 결국 유찰됐다.
15일 공군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공군이 지난달 말 온비드 공매에 내놓은 F-5E 전투기에 대해 지난 14일 입찰을 마감한 결과 유효한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인터넷을 통한 입찰자가 1명 있었지만 그나마도 자격 조건 미달 등에 따라 무효 처리됐다.
국내에서 실전 운용된 전투기가 엔진까지 포함한 원형 그대로 민간에 매각되는 게 처음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감정가 31억6066만6670원)에다 까다로운 부대 조건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F-5E 전투기는 옛 소련의 미그-21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F-5의 개량형으로, 1960~1970년대 도입돼 장기간 운용돼 왔다.
공군 측은 F-5E 전투기가 비록 노후화하긴 했지만 꾸준한 정비 및 관리를 받아왔기 때문에 실전이 아닌 연습 및 교육용으로 쓰기에 별 무리가 없고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정부나 영미권 민간기업 위주로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빗나간 예측이 됐다.
실제 입찰에 참가하려면 먼저 방위사업청장의 허가서 및 수출업·중개업신고확인증을 제출해야 하고 미국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미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최종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등 부대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일반 부동산이나 국유재산 경매에서는 유찰 후 시초가 인하 등을 거쳐 곧바로 재입찰에 들어가지만 이번 F-5E 전투기 경매는 공군 측이 입찰 조건 등을 다시 검토해 재공고할 가능성이 높다.
공군 관계자는 "유찰 원인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조만간 다시 공고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