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떡볶이·치킨…지구촌 휩쓰는 K푸드

입력 2021-06-14 17:11
수정 2021-06-22 16:29
한국인의 ‘영혼의 동반자’ 소주는 올초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외국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주 등 한국 술이 ‘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한식’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와인이나 위스키에 비해 맛도, 향도 없는 소주를 싫어하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주류업계가 그간 해외 현지인을 겨냥한 소주 수출에 주저했던 것도 이런 정서를 우려해서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달랐다. 외국인이 소주를 좋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 그렇게 찾은 해답이 과일맛 소주였다. 2015년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자몽에이슬’ 등 과일맛 소주는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을 강타했다. 한인식당에서만 찾던 소주의 말레이시아 현지인 음용 비율은 2016년 24.5%에서 지난해 82.7%까지 올라갔다. 소주 10병이 팔리면 8병은 현지인이 사갔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도 K푸드 수출 역대 최대K푸드가 해외시장에서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등이 이끄는 K팝은 물론 한국 드라마·영화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K푸드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김치와 불고기, 비빔밥 등 전통 식품을 넘어 최근에는 떡볶이와 치킨 등 해외에서 사랑받는 음식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42억8000만달러(약 4조78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악재에도 전년(37억3000만달러·약 4조1700억원) 대비 수출액이 14.7% 증가했다. 올해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까지 K푸드 수출액은 15억9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사상 처음 연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K푸드의 성공 배경으로 K컬처 흥행을 꼽는다. 해외에 한국 문화가 전파되면서 한국 요리와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톱스타로 성장한 아이돌 가수가 한국 식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떡볶이를 먹는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해외 팬들 사이에서 떡볶이를 먹고 인증샷을 남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K무비의 위상을 알린 영화 기생충은 해외 시장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현지화’ 무기로 해외시장 적극 공략국내 식품업체들은 K컬처를 등에 업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나섰다. 무기는 현지화다. 식품기업 대상은 한국에선 밥반찬으로 먹는 김을 인도네시아에서 과자로 만들어 현지 김 시장 점유율을 63%까지 끌어올렸다. 여러 가지 조미양념을 곁들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소포장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동원F&B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익숙한 밑반찬인 김치와 참치를 조합한 참치캔 ‘동원 김치참치’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다. 할랄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식품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김치와 불고기가 K푸드를 이끌었다면 최근 K푸드의 주인공은 떡볶이와 치킨 등이다. 이에 힘입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떡볶이와 치킨 등을 주메뉴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치킨플러스는 2018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과 중국, 일본 등에 진출에 가맹 계약을 맺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