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6·15 공동선언 통해 남과 북은 전쟁이나 흡수통일이 아니라 평화적·자주적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저서에서 통일의 유일한 방법은 흡수통일밖에 없다고 말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14일 경기 고양시 김대중 대통령 사저 기념관 개관 행사에 참석해 “6·15 선언이 이행돼나가면서 오랜 시간 서로 그리워하던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끊어졌던 철도와 도로가 이어졌으며 금강산관광이 본격화되고 개성공단이 열렸다”며 “남북은 화해와 교류 협력이라는 확고한 이정표 위에서 새 시대, 새 역사의 막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6·15 공동선언의 핵심 의의로 ‘흡수통일은 안 된다’는 점을 꼽은 것은 이 신임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019년 자신의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통일의 방법이 체제 우위를 통한 흡수통일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냐”고 반문하며 “통일 교육도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흡수통일이란 북한 체제를 지우는 것이고 북한과 타협할 일은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이 쌀이 남한에서 왔다는 것을 밝히고 배분한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지만, 밝히지 않는다면 지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장관은 6·15 공동선언 21주년을 하루 앞두고 ‘김대중 정신’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 땅에서 민주주의, 평화, 인권을 가슴에 품고 단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김대중 정신이라는 광대한 신념의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며 “오직 우리 겨레와 역사의 발전을 위해 그 일생을 다해 헌신하는 삶으로써 지도자의 참된 용기와 진정으로 강함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님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화해와 협력을 향한 길을 여셨고 그 위대한 첫걸음을 내딛어 주셨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말도 인용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평양에 오셨다’는 북측 김정일 위원장의 인사말처럼 반세기에 걸친 불신과 반목을 뒤로하고 오직 우리 민족의 내일만을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6·15 공동선언으로 시작해 김대중-클린턴 정부의 협력을 기반으로 북·미 간의 공동 코뮤니케 등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현재 작동하지 않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는 “지금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꼼짝도 하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다시 움지여 나갈 수 있도록 대화를 시작하고 남북 관계를 복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단의 아픔을, 분단의 어둠을 뚫고 평화 통일의 새 역사를 열었던 6·15 정신으로 되돌아가서 남북이 함께 신뢰를 만들며 한반도의 평화를 다시 도약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