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에 '핵심 이익' 공격당하고도 침묵하는 중국, 이유는?

입력 2021-06-14 12:12
수정 2021-06-14 12:55

주요 7개국(G7)이 13일(현지시간) 정상회의 성명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인권 문제, 코로나19 책임론 등 중국의 민감한 부분들을 일제히 공격했지만 중국은 14일 오전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이 휴일(단오제 연휴)이긴 하지만, 전날 후베이성 시장 가스폭발 사고에 즉각 시진핑 국가주석 등의 지시가 나온 것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다.

중국 외교부는 통상 평일에는 매일,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공휴일에도 언론 대상 브리핑을 열어 국제 현안에 대한 자국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오제 연휴인 12~14일에 브리핑 예정이 없음을 지난 11일 일찌감치 공지했다. G7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여기에서 중국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아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까지 G7 정상회의에 대한 중국의 공식 반응은 회의 도중인 지난 12일 정상회의 장소인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이 웹사이트에 "작은 그룹의 국가들이 글로벌 결정을 지시하는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라는 성명을 올린 것이 전부다. 성명에서 중국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기반해야 진정한 다자주의"라며 "작은 집단이나 정치 블록의 이익을 위한 것은 사이비 다자주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크든 작든, 강하든 약하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각 나라는 평등하며 세계 문제는 모든 국가의 협의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인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언론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 간 균열을 부각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가장 많이 본 기사'에 명화(名畵)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해 이번 G7 정상회의를 풍자한 그림이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기사를 1위로 올렸다. 화가 반통라오하탕(본명 하탕)이 G7에 호주, 인도까지 등장시켜 그린 이 그림은 각 국가들이 같이 밥을 먹으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상황을 표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국제 섹션에 해외 매체를 인용한 '미국인은 바이든 G7 정상회의 참석에 관심 없다'는 부류의 기사들을 올리고 있다. 봉황망 등 일부 민영 매체들이 G7 관련 기사를 다루고는 있으나 기후변화, 코로나19 공동 대응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오는 7월1일로 예정된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7이 신장위구르 강제노동과 홍콩 민주화세력 탄압을 비판하고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핵심 이익'을 건드린 것이 알려지면 행사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G7의 성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은 15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서일 것으로 관측된다. G7이 '핵심 이익'을 언급한 만큼 중국도 최근 통과시킨 '반(反) 외국제재법' 등을 거론하며 강경한 반응을 보일 전망이다.

일각에선 시진핑 주석이 최근 "친화적인 중국 이미지를 알리고 국제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후 중국의 외교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 일변도의 대응 대신 친근한 이미지를 창출해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중국 고립 전략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라는 진단이다. 중국은 특히 G7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등에 개별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