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4년 만에 실업자들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정 기간 지원해주는 실업크레딧 지출 규모가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사업주와 소속 근로자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고용보험)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규모도 2배 이상 증가했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실업크레딧 지원 인원이 2017년 34만 1230명에서 2020년 60만 6833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원 금액은 540억원에서 1074억원으로 폭증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 역시 같은 기간 지원대상 146만명 지원액 4286억원에서 240만명, 지원액 1조 867억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사업의 지출 규모가 모두 2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실업크레딧은 구직급여 대상자의 국민연금 보험료 75%를 인당 12개월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로 2016년 8월부터 시행돼왔다. 재원 가운데 25%를 국민연금 기금운용 여유자금에서, 나머지를 고용보험 및 국비로 충당한다. 두루누리는 노동자 10명 미만 사업장과 월평균 보수가 220만원 미만인 노동자에게 정부가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료 80%를 지원하는 제도다. 재원은 전액 고용노동부 예산에서 집행된다.
정책적인 보험료 지원을 통해 실업자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등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것이 정부가 이 제도들을 도입한 취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직장을 잃거나 경영난에 빠지면서 국민연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해 연금 납부 공백을 줄이고, 소외 계층의 노후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실업크레딧과 두루누리 사업 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고용 사정 악화와 지원 대상 확대라는 정책적 변화가 겹치면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연간 실업자수는 2017년 102만 3000명에서 2020년 110만 8000명으로 8.3%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지원자 숫자와 지원액이 2배 가량 늘어난 것은 단기 근로자 증가로 인한 실업 회전율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두루누리 사업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 증가, 예술인으로의 지원 대상 확대, 월 소득 기준 상향 등 정책적 변화가 지원 규모 증가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고용 사각지대를 줄이고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한 것이 지원 규모 증가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서 나타난 급격한 지원 규모 증가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 사각지대 해소라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실업급여 반복 수급 등 후해진 정부의 고용 지원 정책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와 연동된 지원 사업 지출이 늘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 적립금이 10조원에 달했던 고용보험기금이 연내 고갈 위기에 처한 것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흑자를 유지하며 2017년 10조 2544억원에 달했던 고용보험기금은 2018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 해 5조 3292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코로나19 고용 위기 여파로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늘고, 청년채용특별장려금 등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지원 사업을 확대한 여파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11일(08: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