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뜰 테크 부문은 어디? [김재후의 실리콘밸리101]

입력 2021-06-16 10:00

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이메일로 인사드린 이후 실리콘밸리의 개요와 정의, 위치, 인구 구성 등에 이어 이곳의 빅테크 기업들과 벤처캐피털에 취직했을 경우 받게 되는 연봉 등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2주 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절반을 넘긴 미국이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분위기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 동향을 통해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요새 미국에선 도로는 다시 막히고, 학교는 일부 문을 열었으며, 식당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있기 전부터 VC들은 이미 준비를 해 왔고, 이는 투자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선 실리콘밸리의 VC들이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해 어느 산업 부문에 투자를 했는지 살펴보고, 최근엔 이들이 어느 부문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취재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언급되는 실리콘밸리의 관계자들은 모두 익명임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여기선 개별 인터뷰가 금지돼 있습니다.
2020년 제약·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의 해미국 VC들은 수년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에 압도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작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 VC들은 지난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만 약 516억달러를 투자하며 전 산업 부문의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VC의 투자자본의 31%에 해당하고, 1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70억달러 많아졌습니다.

전통적으로 VC들의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소프트웨어 부문을 제외하면, 지난해는 제약 및 바이오테크 관련 스타트업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제약 및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280억달러의 VC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VC 투자금의 17%를 차지했고, 사상 최대액입니다. 미국VC협회는 "코로나19 퇴치 및 치료 경쟁에 참여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많았다"면서 "대표적인 게 모더나(Moderna)였고, 이 회사는 투자금을 받아 실제로 백신을 개발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더나 외에도 코로나19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 A2A란 회사를 비롯해 스마트폰에서 코로나19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나 의약품 배달 회사 등에도 VC들의 투자금이 몰렸습니다.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는 2019년 88억 달러에서 2020년 162억달러로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VC 첫 투자는 제약·바이오가 소프트웨어 앞질러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작년 미국 VC들이 처음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을 찾아보면, 제약·바이오테크 부문의 성장세는 더 드러납니다. VC들이 처음으로 돈을 넣은 부문은 미래 성장이 예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VC들은 지난해 제약·바이오 테크 부문의 스타트업에 34억5200만달러를 첫 투자금으로 넣었습니다. 전통적으로 투자금을 싹쓸어가는 소프트웨어 부문(29억4420만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역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투자건수는 제약·바이오 테크 부문이 245건으로 소프트웨어(978건)보다 적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미국 VC들은 제약·바이오 테크의 한 스타트업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VC들의 제약·바이오 테크 부문에 대한 관심은 전체적으로 '건강'과 관련된 사업(생명과학·Life Science)으로 확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헬스케어 서비스와 시스템 부문에 223건, 8억9250만달러, 헬스케어 장비 부문에 138건, 4억1870만달러의 첫 투자를 각각 미국 VC들이 단행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부문과 헬스케어 부문을 모두 합한 건강 분야에 미국 VC들이 지난해 첫 투자한 금액은 47억6320만달러(약 5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미국 VC들의 첫 투자 집행금 중 27%가 넘는 금액입니다. 지금 미국 VC들은 어느 산업을...지난해 미국에선 이런 트렌드 산업들에 VC들의 돈이 몰렸습니다. 코로나 시국이 한창이던 지난해완 달리 요즘 미국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나 공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백신 보급에 따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VC들은 어느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요. 실리콘밸리의 한 VC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을 들어봅시다.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건강 관련한 스타트업들이 돋보였다면, 올 상반기 정확히 말하면 백신이 개발된 순간부터 트렌드가 조금은 바뀌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강한 트렌드는 인공지능(AI)와 전기차인데, 여기서 파생된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에 돈을 넣는 걸 항상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AI를 이용한 생산시설(로봇)이나 AI를 이용한 소비 판매, 금융 부문, 자율주행 등의 회사들이다."

이런 분위기는 작년부터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미국 VC들이 건강 부문과 소프트웨어에 이어 첫 투자를 많이 한 스타트업 분야는 상업 서비스(commercial service) 부문이었습니다. 상업 서비스는 기업이 컴퓨터 서비스나 연구 및 개발 분야와 같은 상업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하거나 제작하는 산업 부문입니다. 유통 물류 해상운송 소매 금융 등 분야의 기계나 시스템을 만드는 분야입니다. 여기에 AI를 접목한 생산설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 부문의 첫 투자금은 14억9300만달러였습니다.

다른 VC 파트너의 얘기도 들어봅시다. "AI 기술이 워낙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분야들도 급속도로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정권이 트럼프에서 조 바이든으로 바뀌면서 정책적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가 특히 눈에 띈다. 에너지 분야가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이 내놓은 탈탄소 에너지 정책에 따라 AI를 접목하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들이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나 빅테크 기업들도 움직임이 많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억눌렸던 소비 분야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본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팬데믹 기간 습관화된 소비 패턴이 잘 바뀌지 않을 것인데, 이 분야에도 AI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VC 파트너가 언급한 부문들은 지난해 미국 VC들의 투자가 줄어든 대표적인 산업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회계, 아웃소싱, 법률, HR(인사관리) 등에 접목시키는 스타트업들이었습니다. 이 부문에 대한 지난해 미국 VC 투자는 87억달러로 2019년(110억달러)보다 줄었습니다. 소비 및 오락(Consumer & Recreation) 부문의 투자도 미국 VC들은 같은 기간 53억달러에서 45억달러로 줄였습니다. 코로나 시국 탓에 미국 소비자의 소비여력이나 경제 폐쇄(락 다운), 실업 등이 이어지면서 VC들도 움추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한 성장이 예상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h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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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