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이 8억 됐어요"…'입주장' 끝난 강동구 전셋값 급등

입력 2021-06-14 08:36
수정 2021-06-14 14:03

"아파트 입주가 끝나니까 떨어졌던 전셋값이 다시 오르네요. 이달 세금이 강화된 이후에 매물이 안나오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습니다."(서울 강동구 고덕동 S공인 중개 관계자)

강남 4구 가운데 이주 수요로 들썩이던 서초와 송파와 달리 잠잠했던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2년 전만해도 대단지 입주장(場)이 시작되면서 서울에서 '전세천국'으로 불렸던 곳이었다. 하지만 2년 새 임대차 3법이 시행되고 대단지 아파트 입주는 마무리됐다. 부동산 세제까지 강화되면서 매물까지 줄었다. 최근에는 서초와 송파 이주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강동구 전셋값이 뛰고 있다. 대단지 입주 끝나자 전셋값 상승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0.10%(7일 기준) 올랐다. 전주(5월31일) 0.02%보다 0.08%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올 2월1일 0.12%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9주 만에 최고치다.

강동구 전세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로는 대단지 아파트들의 입주가 끝난 점이 꼽힌다. 실거주하는 세대가 늘어난데다 나와있는 물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상반기 강동구에는 약 4000가구 가까이 입주가 이뤄졌다.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상일동 고덕자이(1824가구)를 비롯해 2월 강일동 강동리버스트8단지(946가구)·상일동 강동리엔파크14단지(943가구) 등 3713가구가 들어왔다.

상일동 H공인 중개 대표는 "상일 고덕자이가 얼마 전 입주를 마쳤고 강동리버스트, 강동리엔파크 등도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세물량이 소진됐다"며 "대단지 입주로 단기간 물량이 늘어나면서 내렸던 전셋값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큰 규모의 입주장이 들어섰던 단지의 재계약 시점이 돌아온 점도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2019년 9월 입주한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2단지) 전용 84㎡의 경우 입주 당시 4억~5억원 중반 수준으로 전셋값이 형성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거래된 같은 면적의 경우 8억8000만원으로 전셋값이 4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상일동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입주 당시에는 물량이 많아 전셋값이 비교적 낮은 수준인 경우가 많다"며 "새로 계약되는 건들에 대해서는 주변 시세를 반영해 7억5000만~8억원 수준으로 전세 계약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초발 이주 수요·임대차 3법 등도 상승 요인서초구발 이주 수요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를 시작으로 신반포18차(182가구), 신반포21차(108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단지) 등 하반기까지 4000가구의 이주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전셋값은 지난달 첫째주(3일) 0.01%에 불과했지만 둘째주(10일) 0.04%, 셋째주(17일) 0.07%, 넷째주(24일) 0.16%, 다섯째주(31일) 0.26%로 급등했다. 지난주 역시 0.39%로 44주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고덕동 S중개 관계자는 "최근 서초구에서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비교적 가격이 낮은 강동구로 수요가 몰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임대차 3법과 부동산 세제가 강화되면서 물량 자체가 감소한 점도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세금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한 집주인이 전세가 아닌 준전세(반전세)와 월세로 돌리려는 수요가 많아 시장에서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전셋값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