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전문' 크레이치코바, 첫 메이저 단식 우승

입력 2021-06-13 17:47
수정 2021-07-13 00:01
‘복식 전문’ 이미지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26·체코·세계 33위·사진)가 단식에서도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크레이치코바는 1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롤랑가로스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30·러시아·32위)를 세트 스코어 2-1로 이겼다. 크레이치코바가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처음 거둔 우승이다.

그는 복식에선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입지를 굳혔다. 2018년엔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우승했고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었다. 하지만 테니스 투어의 꽃으로 꼽히는 단식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상금도 크게 차이난다. 메이저대회라 할지라도 복식 상금은 단식의 20% 수준에 그친다.

복식에서 펄펄 나는 크레이치코바지만 메이저 단식에서는 대부분 예선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16강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프랑스오픈에서는 역전 드라마를 쓰는 데 성공했다. 단식 본선 출전 5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는 클레이코트에서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파블류첸코바를 공격적으로 몰아붙였다.

세 번째 세트, 크레이치코바가 챔피언십 포인트를 잡은 상태에서 파블류첸코바의 마지막 샷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그 순간 크레이치코바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신의 테니스 스승이자 인생의 선배였던 야나 노보토나를 기린 것. 노보토나는 세계 랭킹 단식 2위, 복식 1위까지 올랐던 체코 테니스의 ‘전설’이다. 2017년 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크레이치코바에게 “나가서 테니스를 즐기고,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크레이치코바는 우승 뒤 “지난 2주 동안 내가 해낸 모든 성과는 코치님이 하늘에서 나를 돌봐줬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