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내년에 월마트를 제치고 세계 최대 소매업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터넷 쇼핑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유통산업 구조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 JP모간은 12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아마존 미국 본사의 판매 증가세가 예상보다 매우 빠르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총상품판매액(GMV)은 작년 316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41%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월마트 판매액은 같은 기간 10% 늘어난 4390억달러였다. JP모간은 두 회사의 회계 자료를 분석해 연간 판매액을 계산했다.
크리스토퍼 호버스와 더그 앤무스 JP모간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의 판매 성장세가 가팔라 내년엔 명실상부 최대 유통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료품과 의류 등 온라인 쇼핑 비중이 낮았던 영역을 적극 공략하고, 제3자 판매를 확대하면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료 배송해주는 대신 회비(월 12.99달러)를 받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 4월 1억5000만 명이던 프라임 회원은 최근 2억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가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대면 접촉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화장지부터 식료품, 운동기구까지 다수의 생활용품을 아마존에서 구입하고 있어서다. JP모간은 아마존의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을 작년 기준 39%로 추정했다. 6년 전인 2014년(24%) 대비 1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자체 물류망을 꾸준히 확충해온 아마존은 올해 미국 최대 배송업체에도 등극할 전망이다. 물류 컨설팅 회사인 MWPVL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아마존은 올해 총 70억 개의 물품을 배송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대 회사로 꼽혀온 114년 역사의 UPS(60억 개)를 처음으로 제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아마존은 UPS와 페덱스, USPS 등에 견줄 만한 전국적인 물류망을 구축했다”며 “자사 고객의 주문량을 상당 부분 자체 처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이 UPS 등에 맡기지 않고 자체 트럭·밴·항공기 등으로 배송하는 비중이 작년 68%에 달했다는 게 MWPVL 측 설명이다.
아마존은 영국에서 자사 외 고객에 대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미국 등에서도 독립적인 배송 사업을 개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