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톨릭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행정기구인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대전교구장·사진)가 지난 12일 교구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장관직 임명까지의 일을 설명하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교구 홈페이지에 올린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에게 전하는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부족한 저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장관직 임명과 관련한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서한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 17일 교황청 교황 집무실을 찾아갔는데,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은 한국 천주교회가 주어진 소명을 잘 수행할 때”라며 “내가 주교님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하니, 이곳 로마에 와서 나와 함께 교황청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면 좋겠다”며 장관직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유 대주교는 교황청 장관직 제안을 받은 뒤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교황에게 전할 답을 생각하느라 혼란하고 복잡한 시간을 보냈으나 교황의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언급했다.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 연락을 드렸고, 40분 동안 마주앉아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기쁘게 ‘예’라는 대답을 드렸다”고 했다.
그는 같은날 열린 기자회견에선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교황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부연했다. 그는 오는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가톨릭계에선 아시아 출신 성직자가 500여 년 역사의 성직자성 장관을 맡은 것을 두고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유 대주교에게 보낸 축전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