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 앞두고 절판마케팅 경쟁…'3세대' 막차 탈까, 기다릴까

입력 2021-06-13 17:19
수정 2021-06-21 16:13
“7월부터 새로 나올 4세대 실손보험은 병원 갈 때마다 할증되고 자기부담금도 크게 높아져요. 1~2세대 실손보험도 갱신 후 보험료가 많이 올라서 3세대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안 남았는데 어서 바꾸세요.”(한 손해보험 설계사)

오는 7월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앞두고 보험사들과 판매대리점(GA)들이 ‘3세대 실손보험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만 3900만 명에 달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의 ‘과잉 의료 쇼핑’ 등으로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보장 혜택을 축소하거나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달아오르는 3세대 ‘절판 마케팅’실손보험은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실손보험’과 2017년 3월까지 시판된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 그리고 이달 말 판매가 종료되는 3세대 ‘신(新)실손보험’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은 보험료가 다소 비싸지만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고, 갱신 주기가 길다. 반면 신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높아진 대신 보험료가 크게 저렴해졌다. 갱신 주기도 1년 단위로 바뀌었다.

신실손보험은 앞선 1~2세대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판매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올 들어 기존 1~2세대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고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 1분기 실손보험을 판매한 손보사 13곳의 위험보험료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2조573억원으로 집계됐다. 위험보험료는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사업운영비 제외)를 뜻한다. 여기에다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은 4월부터 구실손 보험료를 일제히 15~19%가량 인상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고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보장 범위를 크게 제한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타지 않았다면 다음해 보험료가 5% 할인되지만 반대로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가 네 배 수준까지 오른다. 구체적으로 전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른 할증률은 △0원 초과~100만원 미만 0% △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 100% △15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200% △300만원 이상 300% 등이다.

진료비 자기부담 비율도 상향된다. 10~20%이던 급여 부문 자기부담률은 20%로, 20~30%이던 비급여 부문 자기부담률은 30%로 높아진다. 도수치료는 매 10회를 받을 때마다 증세가 완화되는 경우에 한해 추가로 연간 최대 50회까지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비타민, 영양제 등 비급여 주사제도 약사법령상 허용되는 경우에 한해 보장한다. “4세대 보험료 싸고 필수 보장은 늘어”이 같은 단점을 부각하는 방법으로 보험사들이 ‘절판 마케팅’에 나서자 금융당국은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각 보험사에 보낸 공문에서 “실손보험 절판 마케팅이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부당 권유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보험사와 GA 소속 설계사들이 기존 구실손 및 표준화실손 가입자에게 저렴한 보험료를 미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거나 4세대 실손보험에선 제대로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과장하는 방식으로 신규 가입을 권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4세대 실손보험이 가입자에 따라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는 만큼 ‘절판 마케팅’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습관성 유산이나 난임(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등은 고액 비급여 항목이 줄고 보장이 늘어난다. 상품 구조 변경에 따라 보험료도 크게 낮아진다. 현 신실손보험보다 10%가량 저렴하고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에 비해서는 보험료 부담이 각각 70%, 50% 줄어든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도수치료나 비타민 주사 등 건강·미용 목적의 병의원 이용이 많지 않고 난임·불임 치료 등이 필요한 가입자라면 4세대 실손보험이 더 유리할 것”이라며 “본인의 의료 이용 행태에 맞춰 신중하게 판단해야 낭패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