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토이저러스는 죽고 월마트는 살아남은 비결

입력 2021-06-14 09:00

플랫폼의 위협에 실제로 망한 기존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블랙캡은 우버와의 경쟁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월마트와 같은 소매상들 역시 아마존, 알리바바와 경쟁 중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무료로 제공하는 안드로이드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흥 플랫폼 기업들이 부상하는 만큼 기존 기업들 역시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들의 플랫폼 적응 노력오랜 기간 안정적 지위를 유지하던 기존 기업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은 신흥 플랫폼 기업이 등장해 승자독식 경쟁자로 부상하는 것을 보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기존 기업들은 최소 세 가지 방식으로 플랫폼에 적응한다. 경쟁 플랫폼에 합류하거나 플랫폼을 사들이는 것 혹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경쟁 플랫폼에 속하는 방식은 매우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은 기반 구축이 완료되면 엄청난 영향력으로 자사 플랫폼에 속한 기업들의 가치 대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토이저러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판매 전략을 고민하던 시기,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의 웹과 주문 처리 과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2000년 아마존과 10년짜리 계약을 체결하면서 아마존 플랫폼에 합류했다. 아마존 플랫폼 사용 대가로 연간 5000만달러를 지불했고, 수익의 일부도 제공했다. 하지만 양사의 관계는 2004년 깨졌다. 아마존이 토이저러스의 경쟁자에게도 아마존 플랫폼을 제공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토이저러스는 2억달러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아마존은 토이저러스가 제공하지 않았거나 제공할 수 없는 장난감 판매를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2년 뒤 법원은 판결을 통해 양사의 계약 해지만 인정할 뿐 보상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10년간 아마존은 40억달러의 장난감을 판매한 반면, 판매 루트를 잃은 토이저러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8년 파산했다. 만약 자체 플랫폼이 있었다면 다른 결말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플랫폼 인수 및 육성 전략물론 직접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재정이 풍부해서 플랫폼 기업을 사들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매수하더라도 기존 기업의 운영 방식과 지휘 통제 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기술의 통합이 어려울 수 있고, 모기업의 문화적 거부 반응이 매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다. 물론 서로의 조건이 적절하다면 플랫폼 인수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아마존에 대항하는 월마트의 전략이 대표적이다. 급성장하는 온라인 소매 부문 점유율을 아마존에 뺏기지 않기 위해 전자상거래 역량이 풍부한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인수 후 1년이 지나자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탄력이 붙었다. 월마트의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과 총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29%와 31% 성장했다. 이후 인도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인도 전자상거래 선두주자인 플립카트에 150억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지만,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부문을 모두 장악하지 못하도록 버팀목 역할을 하며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기업이 직접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가장 어려운 방식이지만 성공했을 때 결실은 가장 크다. 새 플랫폼을 만들 수만 있다면 기존 사업을 혁신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고, 최소한의 네트워크 효과로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제너널일렉트릭(GE) 사례가 대표적이다. GE는 산업용 인터넷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다. 산업용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을 높이고, 예측 정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할 플랫폼이 필요함을 깨닫고 산업용 인터넷용 운영체제인 ‘프리딕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핵심은 플랫폼 사고로 전환기존 기업들의 적응 노력 덕분에 파산한 사례가 많진 않지만, 완벽하게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한 경우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플랫폼 사고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한 탓이다. 전통 기업들은 공급망부터 유통과 고객 관계를 직접 관리하는 일까지 모든 측면을 통제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플랫폼은 정반대다. 그들은 고객과 고객, 고객과 광고주, 운전자와 승객,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구매자들을 연결해주며 가치를 창출한다. 이처럼 플랫폼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경쟁사들뿐 아니라 플랫폼의 다른 부문과의 협업도 필요하지만, 이는 성공한 기존 기업들의 입장에서 매우 낯설고 부자연스러운 조치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 시도해야 해결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합류와 인수, 육성을 결정해야 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디지털경제 시대, 모든 경영자의 공통된 미션은 비즈니스의 플랫폼화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