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이준석, 한국 정치 태풍이 되다

입력 2021-06-11 17:38
수정 2021-06-12 00:29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제1야당 수장에 오르면서 대한민국 정치사를 새로 썼다. 입법, 사법, 행정 경험이 전무한 36세 ‘0선’ 정치인이 한국 간판 정당의 대표가 된 것은 70여 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경선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당대표의 탄생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이 후보가 총 9만3392표(43.82%)를 얻어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원내대표 출신의 4, 5선 중진인 나경원 후보(37.14%)와 주호영 후보(14.02%)는 각각 2, 3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모든 사람은 우리의 새로운 역사에 초대될 것”이라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공약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이 대표는 ‘공존’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며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에 관대해져야 하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대선 후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욕부터 하고 시작하는 야만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3선 이상 중진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 기성 정당의 정치 관행을 뒤흔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격동기의 헌정사를 돌아봐도 박정희(민주공화당 총재·46세), 김영삼(신민당 총재·47세) 전 대통령 등 역대 최연소 당대표(총재)보다 열 살가량 어리다. 정치권이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에서 MZ세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MZ세대 정치 혁신의 신호탄이란 분석도 있다.

총 네 명을 뽑는 최고위원엔 조수진·배현진 의원과 김재원·정미경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네 명의 여성 후보 중 세 명이 당선된 것이다. 청년 최고위원엔 31세의 김용태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선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대표와 직접 통화하고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외신들도 “한국의 보수 야당이 내년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 젊은이를 선택했다”(로이터통신) “보수 정당에서 최연소 지도자가 나왔다”(교도통신)며 선거 결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586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이 세대교체 열망으로 드러났다”며 “과거 지역과 이념 중심의 경쟁구도가 앞으로 신구, 세대 구도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