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땅' 치다 생긴 골프 엘보…1년 넘게 아프면 수술해야 할 수도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1-06-11 18:00
수정 2021-06-18 16:21
골프 전성시대다. 돈 많은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에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변신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실외 취미활동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해외여행 꿈을 접은 20~30대 ‘골린이(골프+어린이)’들의 골프장행(行)도 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2019년에 비해 46만 명 늘었다.

골프는 축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보다 격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쉬운 운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허리부터 어깨, 팔, 손목, 다리 등 전신을 쓰기 때문에 유연성이나 근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부상하기 쉽다. 실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 부상’도 덩덜아 증가하자 대한스포츠과학·운동의학회가 골프 부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통증을 무시하고 계속 골프를 치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거나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골프를 할 때 어디를 다칠 수 있는지, 부상을 입으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골프는 전신운동…어깨·팔꿈치·허리 부상↑대표적인 골프 부상은 ‘골프 엘보’다. 반복된 스윙으로 손목을 구부리는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실수로 ‘뒤땅’(공 뒤의 땅바닥)을 치면 팔꿈치 인대 및 근육에 손상이 생긴다. 골프 엘보의 정확한 병명은 ‘내측상과염’. 팔꿈치 양쪽으로 튀어나온 뼈 안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내측상과염에 걸리면 팔꿈치 안쪽부터 손목, 손가락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문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통증이 나타나고, 다른 사람과 악수할 때 찌릿한 느낌이 든다면 내측상과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내측상과염 환자는 2016년 약 16만 명에서 지난해 약 19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이유로 손목 부상도 생길 수 있다. 백스윙할 때 지나치게 손목을 꺾거나 클럽을 시계방향으로 강하게 돌려 잡으면 ‘손목 건염’(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것) 위험이 높아진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잘 알려진 수근관증후군도 골프를 하는 사람에게 자주 발생한다. 심하면 손목뼈 중 유구골(갈고리뼈)에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 클럽을 쥐거나 스윙할 때마다 통증이 커진다.

백스윙할 때 어깨나 허리를 다치는 경우도 잦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백스윙을 시작하면 왼팔이 쭉 펴지면서 팔과 몸통을 연결하는 견봉쇄골관절이 압박된다. 동시에 오른팔에는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가 그 위의 뼈와 부딪히면서 염증이 생기는 ‘어깨충돌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허리 역시 백스윙을 하면서 힘이 들어가는 부위다.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약 2초가 걸리는데, 이 짧은 시간 안에 자기 몸무게의 8배에 달하는 압력이 허리에 가해진다. 어깨를 허리 뒤까지 많이 돌릴수록 요추 뒤틀림이 심해져 부상 가능성이 커진다.

노년층은 골프를 하면서 기존에 있던 무릎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코스를 따라 긴 거리를 걷는 것 △어드레스 자세에서 공을 놓기 위해 무릎을 굽히는 동작 △스윙하면서 무릎을 돌리는 동작 모두 무릎 관절을 손상시킨다. 이종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다운스윙할 때 무릎에 가장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며 “짧은 거리보다 장거리 샷을 할수록 무릎 통증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24시간 이상 통증 지속되면 병원 찾아야”일단 통증이 생기면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골프를 쉬는 게 좋다. 남기연 동국대일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대한스포츠과학·운동의학회 세미나에서 “일단 조직에 손상이 생기면 회복까지 2~4주가 걸리지만 대다수는 완전히 치료되기 전에 골프를 한다”며 “이러면 또다시 부상을 입거나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로 생긴 부상은 대개 휴식과 보존적 치료로 회복된다. 보존적 치료는 질병의 궁극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타난 통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치료 방식이다. 골프 엘보처럼 팔꿈치가 아프면 근육 주변의 혈액 순환을 돕고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체외 충격파 시술을 진행하는 식이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등으로 통증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스윙하다가 허리에 담이 결렸을 때도 움직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24시간 안에 사라진다.

보존적 치료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다. 어깨 회전근개가 많이 파열되면 관절 내시경 수술을 통해 봉합해야 한다. 관절 내시경 수술은 부상 부위를 1㎝가량 뚫은 뒤 여기에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삽입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일반 절개 수술보다 회복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골프 엘보의 경우 90%는 자연 치유되지만 1년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측부인대 손상이 동반돼 수술 해야 할 수도 있다.

허리에 부상을 입은 뒤 24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거나 허벅지·다리·엉덩이 신경이 마취를 한 것처럼 둔해질 때도 있다. 이럴 때는 관절·근육·인대에 문제가 생기면서 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이 크다. 저절로 낫지 않는 만큼 병원을 찾아야 한다. 라운딩 중에도 틈틈이 ‘셀프 마사지’골프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코어 근육’과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코어 근육은 말 그대로 인체의 중심인 척추를 잡아주는 근육이다. 스윙할 때 무리가 가는 허리는 코어 근육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매트에 누워서 다리를 들고 상체를 세우거나 팔굽혀펴기 자세에서 팔 아랫부분을 굽혀 바닥에 대고 팔꿈치로 지탱하는 ‘엘보 플랭크’ 등으로 코어 근육을 키울 수 있다.

라운딩 전날에는 과도한 연습을 삼가는 게 좋다. 라운딩 당일 퍼포먼스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경기 직전에는 5~10분 정도 전신 스트레칭을 통해 반드시 ‘웜업’해줘야 한다. 연습할 때 대칭을 맞춰주기 위해 자신이 평소 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오른손잡이라면 왼쪽으로 스윙을 연습하면 몸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라운딩 초반에는 너무 큰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범조 대한스포츠과학·운동의학회 이사(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는 스트레칭을 경기 시작 전에만 하는데 경기 중간에도 스트레칭과 팔꿈치 마사지로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며 “라운딩 후에는 통증이 없더라도 따뜻한 물로 샤워해 근육을 이완시켜 줘야 한다”고 했다. 통증이 있거나 특정 부위가 부으면 아이스 팩으로 냉찜질을 한다.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 아프면 의료진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