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거래대금 1년 새 75% 급감…'원유 레버리지'에만 돈 몰렸다

입력 2021-06-11 17:34
수정 2021-06-12 01:53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변동성을 즐기던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1년 새 거래량이 75% 줄어들었다. 지난해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신규 ETN 상장을 막아온 한국거래소가 올 하반기부터 상장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이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ETN 거래대금은 3조8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5169억원)보다 75% 급감했다. 거래량도 같은 기간 42억 주에서 25억 주로 감소했다.

쪼그라든 ETN 시장이 그나마 버텨낸 것은 유가 상승폭의 두 배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 때문이었다. 올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의 원유 레버리지 ETN 네 종목 거래대금은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45%가량 급등하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작년 1~6월 거래대금 1위 ETN 종목에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이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유가 상승 방향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많게는 100% 손실을 보기도 했다.

바닥을 친 원유 ETN은 차츰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올 들어 유가가 오르면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100%에 달한다. 반면 유가 하락에 투자하는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의 올해 수익률은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곡물, 구리, 철광석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56%), 대신 철광석 선물 ETN(54%), 신한 옥수수 선물 ETN(53%) 등도 높은 수익을 냈다.

업계에선 지난해처럼 유가가 널뛰기하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지 않는 한 ETN 시장이 활력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ETN의 변동성을 즐기는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로 대거 이동한 데다 코스피지수,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ETN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와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앞다퉈 신상품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메리츠, 키움증권 등은 새롭게 ETN을 발행해 시장에 가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위주의 시장이다 보니 시장이 많이 쪼그라든 상황이지만 새로운 상품 라인업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며 “거래소도 그간 제한을 뒀던 신규 상장을 하반기부터 풀어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