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0조 빚폭탄' 떠안은 가계기업…'영끌공화국' 빚어낸 文정부 [김익환의 BOK워치]

입력 2021-06-13 05:00
수정 2021-06-15 09:48
지난해 말 가계·기업이 짊어진 빚이 41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빚이 1000조원가량 늘어나는 등 증가속도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부동산·거시건전성 정책이 연이어 실패를 거듭한 데다 코로나19에 대응해 기준금리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린 영향이다. 4100조원을 웃도는 '빚 폭탄'은 여러 경로를 거쳐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도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늦추기 위한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가계부채 2000兆 돌파 '초읽기' 1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민간부채(자금순환표 기준)는 413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기 직전인 2016년 말(3163조3000억원)과 비교해 972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는 각각 2137조6000억원, 1998조3000억원으로 494조7000억원, 478조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2020년 민간부채 증가속도(GDP 대비 부채비율 증가속도)는 OECD 최상위권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14.9%로 2016년 말(181.8%)과 비교해 33.1%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증가속도는 OECD 회원국 31개국(통계 제공국 기준) 가운데 스웨덴(40.4%포인트) 프랑스(34.6%)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민간부채 가운데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03.8%로 2016년 말보다 16.5%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OECD 회원국 1위였다. 뭉칫돈 빨아들인 부동산·증시민간부채 속도가 빨라진 것은 집값이 치솟은 결과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20년 1분기 1.1%, 2분기 2.4%, 3분기 4.5%, 4분기 7.2% 2021년 1분기 10.3%로 확대됐다. 소득 수준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뛰면서 가계는 부동산 구매자금 공백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0.4배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PIR이 10이라는 것은 10년 동안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낮춘 데 이어 같은 해 5월 재차 연 0.5%로 내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이자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흐름이 드러났다.

뭉칫돈을 빨아들인 자산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1월 14.5배로 통계를 집계한 2001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에 PER이 13.4배로 낮아졌지만 2010~2020년 평균(9.6배)을 크게 웃돌았다. '부채 함정' 막는 금리인상 저울질불어난 민간부채는 한국 경제의 복병으로 급부상했다. 적정 수준의 차입금 조달은 소비를 북돋는 등 실물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벗어나면 이자비용·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씀씀이를 옥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80.1%) 이미 80%를 넘어섰고, 지난해는 103.8%로 집계됐다.

불어난 가계부채가 부동산을 비롯한 특정 자산에 몰리면 위기를 견뎌내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2021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금융 불균형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경기 및 금융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도 가계부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가계·기업의 차입비용 부담에 발목이 잡혀 적정한 금리인상 시점을 놓치면 그 후폭풍이 더 크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1일 창립기념사에서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부채)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확장적 위기대응 정책들을 금융·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