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3개월 아들 질식사 시킨 친부…2심서 감형된 이유

입력 2021-06-10 21:46
수정 2021-06-10 23:14

생후 13개월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혼자 살아남은 20대 친부가 2심에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확정적 고의 살인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수원고법 형사3부(김성수 부장판사)는 살인과 아동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가출한 아내를 대신해 생후 13개월 아들 B군을 홀로 키우던 중 지난해 2월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2월1일 마트에서 번개탄을 구입한 A씨는 화장실의 창문, 환풍기 등을 테이프로 붙여 일산화탄소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조치했고, 이틀 뒤 새벽 B군을 다용도실 바닥에 둔 채 화장실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당시 그는 아내와 형 등에게 같은 날 밤 "이 문자가 가면 나는 자살했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가 발송되도록 예약을 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화장실에 번개탄을 피워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번개탄 연기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나와 엎드린 채 정신을 잃었다. 그날 밤 문자메시지를 받은 형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반면, 연기가 스며든 다용도실에 있던 B군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고, 부검 결과 B군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나왔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그 누구보다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친아버지인 피고인이 살해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 "A씨 살인 혐의에 관한 고의의 정도가 미필적 고의를 넘어선 확정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확정적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살인 고의 자체는 인정되지만 여러가지 사정에 비춰보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양육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했으며,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후 의식적으로 피해자를 방임하고 학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확정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어 이 부분 항소에 대한 A씨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