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늘리자 일본의 나무젓가락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다. 나무젓가락 원료인 간벌재(솎아내기용으로 배어낸 목재)가 바이오매스 발전(볏짚, 쌀겨, 폐목재 등을 원료로 하는 발전 방식)의 연료로 고가에 팔리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본인이 1년에 사용하는 나무젓가락 200억벌 가운데 97%를 중국산 등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의 나무젓가락 제조사 하라다는 일본산 노송나무로 만든 나무젓가락의 가격을 최근 5년간 20% 인상했다. 현재 판매가는 1벌에 4엔(약 41원)이다.
가격 인상의 주요인은 재료비 상승.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작년말 나무토막(칩)용 침엽수 통나무 1㎥당 가격은 6500엔으로 3년새 800엔(14%) 올랐다. 일본 정부가 2012년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정가격매수제(FIT·생산한 전기를 정해진 가격에 사주는 제도) 매입 대상에 목재 바이오매스발전을 포함시키면서 연료용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코로나19의 경제충격에서 벗어난 중국의 수요증가도 목재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 4월말 중국 수출용 일본산 통나무 가격은 1㎥당 1만3889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6엔(25.8%) 올랐다.
코로나19의 충격은 나무젓가락 시장도 예외없이 강타했다. 가장 큰 타격은 연간 1000만벌 이상 나무젓가락을 사주던 대학식당의 폐쇄다. 대부분의 대학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대학 학생식당이 문을 닫자 지난해 나무젓가락 구매량이 100만벌로 줄었다.
일본에서 나무젓가락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현에 따르면 2020년 생산량은 9127만5000벌로 1년전보다 43% 줄었다.
일본산 젓가락 가격이 오르자 신이 난 것은 중국 등 수입산 젓가락 제조사들이다. 중국산 나무젓가락의 1벌 가격은 1엔으로 일본산의 20~30%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일본 시장의 97%를 수입산이 장악하고 있다. 대형 편의점 체인인 로손도 2016년부터 매장에 비치한 나무젓가락을 자국산에서 중국산으로 교체했다.
자국산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나라현의 나무젓가락 생산량은 2011년에 비해 70% 가량 감소했다. 나라현 요시노군의 요시노젓가락제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한때 100곳에 달했던 회원사가 현재 30곳으로 급감했다.
일본산 나무젓가락 가격의 인상으로 중국산 나무젓가락의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나무젓가락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